더 벌어진 초유의 한미 금리차…환율상승·자금유출에 '촉각'
1,300원 밑도는 환율·외국인자금 순유입 지속에도 불안 커져
한은, 가계부채도 늘어 추가 인상하자니 경기·부동산PF 걱정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26일(현지시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올려 역대 최대폭이었던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졌다.
2%p로 벌어진 역전 폭은 과거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그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반년 가까이 기준금리를 3.50%로 묶어 둔 사이 최근 가계대출까지 다시 빠르게 늘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다음 달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남아있어 쉽게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 연준 "2% 물가 확신까지 더 올릴 수도"…시장은 "마지막"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5∼2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0.25%p 올렸다. 한국(3.50%)보다 최대 2.00%p나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동결로 약 15개월 만에 멈췄던 금리 인상을 연준이 재개한 배경으로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거론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단기간의 사회적 비용보다 인플레이션 통제 실패에 따른 장기적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 목표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 정책을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로운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점도표상 올해 금리 전망치 중간값(5.6%·5.50∼6.00%)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뒤따를 수도 있다.
파월 의장도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 다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때문에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5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이지만…6월 규모 급감하고 주식은 순유출 전환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한은도 미국의 추가 인상에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고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일단 현재 환율이나 자금 흐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개선 등과 함께 이달 들어 1,270∼1,280원대까지 내려갔고,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 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 초 이후로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75%p에 이르렀지만, 5월(114억3천만달러)과 6월(29억2천만달러) 모두 자금 유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순유입 규모가 5월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주식만 따로 보면 자금이 3월(-17억3천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3억1천만달러)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이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어져 (외국인 주식 자금이) 순유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기, 외국인 자금 채권 중심 순유입
과거 세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기보다 채권 투자를 중심으로 오히려 들어왔다.
미국 금리 인상기를 ▲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2005년 8월∼2007년 9월) ▲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2018년 3월∼2020년 2월)로 나눠보면,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모두 순유입(1기 107억9천만달러·2기 246억8천만달러·3기 311억5천만달러)을 기록했다.
금리 역전 시기에도 예외 없이 자금은 순유입(1기 168억7천만달러·2기 304억5천만달러·3기 403억4천만달러)을 기록했다.
다만 주식의 경우 1기 역전기에는 209억3천만달러가 들어왔지만, 2기와 3기 역전기에는 263억4천만달러, 83억6천만달러씩 빠져나갔다.
◇ 금통위원 6명 3.75% 열어둬…경기·금융 불안에 '올리지도 내리지도'
하지만 2%p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와 이후 추가 확대 가능성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 외국인이 돈을 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경우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 금통위원들도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13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이 총재도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당분간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아직 미국 연준이 금리를 몇 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라 우리 외환시장도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한미 금리 역전 폭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도 금통위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6월 각 2조3천억원, 4조2천억원, 5조9천억원씩 전월보다 늘었다. 특히 6월 증가액은 2021년 9월(+6조4천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678조5천700억원)도 6월 말(678조2천454억원)보다 3천246억원 불어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의 4개월 연속 증가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4월(+2천억원) 이후 5월(+2조8천억원)과 6월(+3조5천억원)까지 3개월째 뛰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한·미 금리차와 가계대출 안정을 명분으로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려면 적지 않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우선 기준금리 재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2분기 수출이나 소비 증가가 아닌 수입 급감에 기대 힘겹게 0.6%(전기대비) 성장했고, 미미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효과나 고물가·금리에 짓눌린 소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더구나 자칫 금리 인상이 신용 경색을 불러 제2의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나 급격한 부동산PF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 자신도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사례"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회의 등에 참석해보면, 가계대출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생각보다 크다"며 "그러나 경기 등 다른 요인들도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올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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