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도 질서 지켜 대피한다"…군집로봇·교통관리 등에 활용
프랑스 연구팀 "네온테트라, 대피 시 기다리기·줄서기로 충돌·막힘 예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동물 세계에서 좁은 통로로 대피할 때 병목현상으로 대피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열대어 네온테트라(Neon tetra) 무리는 실험 결과 위험 상황에서 작은 구멍으로 대피할 때 충돌이나 병목현상 없이 구멍을 줄지어 빠져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학 오렐리 뒤퐁 교수팀은 21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수조에 네온테트라 30마리를 넣고 작은 구멍을 통해 대피하게 하는 실험에서 이런 행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물의 군집 이동은 곤충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에서 관찰된다. 좁은 구멍을 통해 탈출해야 할 때 대부분 육상 동물은 모래 알갱이 같은 입자처럼 행동하며 이때 막힘 현상이 발생하면 대피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가로 40㎝, 세로 20㎝, 높이 20㎝ 수조를 반으로 나누고 중간 벽에 지름을 1.5~4.0㎝로 조절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한쪽 수조에 몸체 폭 0.5㎝, 길이 3㎝짜리 네온테트라 30마리를 넣고 위험 상황 대피 실험을 했다.
네온테트라 무리가 수조에 적응한 다음 그물을 넣어 중간 벽 쪽으로 몰아 위험 상황을 만들고 구멍 크기를 조절하면서 네온테트라들의 대피 행동을 촬영(https://youtu.be/DrmRkxew-wk)해 분석했다.
그 결과 네온테트라들은 그물이 좁혀져 오자 구멍을 통해 옆 수조로 빠져나갔지만, 구멍 크기에 따라 대피 속도만 차이가 날 뿐 개체 간 충돌이나 병목현상은 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 실험에서 각 무리의 마지막 몇 마리를 제외하고 모든 개체가 구멍 크기에 관계 없이 일정한 속도로 대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네온테트라들은 구멍 통과 전 주위에 모여들기는 했지만 개체 간 신체 접촉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네온테트라는 선호하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막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다리거나 줄을 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개미에서 관찰된 대피 행동과 비슷하지만 양 떼나 인간 군중에서 자주 일어나는 막힘과는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행동은 야생 네온테트라 무리가 강에서 바위 사이를 지나갈 때 터득한 행동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며 사회적 규칙을 준수하면 긴급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이 막히지 않고 대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물고기 떼의 '교훈'은 군집 로봇 개발과 자율주행 자동차나 군중 교통 관리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군중 압사 같은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