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3대륙 펄펄 끓는다…"질식사할 수 없다" 파업 움직임까지
미국·유럽·아시아 '비명'…일부는 산불·가뭄까지 삼중고
미 피닉스 20일째 43도…중국 23년만에 고온일수 최다
온열질환 사상자 속출…각국 공중보건 위기·전력난 비상사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전 세계를 뒤덮은 폭염으로 각국이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근로자들의 비명이 들리고 있으며, 냉방기 가동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전 사태를 겪는 곳도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폭염에 더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 폭염·화재와 싸우는 유럽…중동도 '덥다 더워'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AFP·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 내 폭염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이탈리아다.
이날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의 일부 지역의 기온은 섭씨 47도까지 올라 2021년 8월 유럽 최고 기록인 48.8도에 근접했다.
사르데냐섬의 기온도 46도에 달했으며,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력망 압력으로 전날 정전이 발생한 로마의 기온도 38도를 찍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칠리아의 한 병원 간호사 누차 오를란도는 가디언에 "우리는 녹아내리고 있다"며 "오늘 내 차의 내부 온도가 52도까지 올랐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지난주 밀라노에서 44세의 도로공사 직원이 사망한 데 이어 이날 북부 도시의 한 빵집에서 60대 남성이 실신 후 숨졌는데 온열 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산업계도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는 전날 나폴리 인근 공장의 근로자들이 너무 더워서 일하기 힘들다고 하자 조기 퇴근을 시킨 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 마그네티 마렐리의 술모나 지역 공장 근로자들은 8시간 파업을 위협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질식할 것 같은 더위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남부 일부 지역의 공장 노동자들은 폭염을 피해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교대 근무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스 상황도 비슷하다.
아크로폴리스 및 기타 고대 유적지 직원들은 근무 조건에 항의하며 20일부터 하루 4시간씩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들 노조는 "최근 며칠 동안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감안할 때 보안 직원과 방문객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곳곳에서는 밤새 수십 건의 화재가 새로 발생해 프랑스,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들이 화재 진압 지원에 나섰다.
스페인 연안 해역 기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국립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달 중순 연안 해역의 평균 기온은 24.6도로, 평균보다 2.2도 높다.
카탈루냐 지방도 낮 최고 기온이 45.4도까지 오르면서 시립 수영장이 밤늦게까지 개장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바야돌리드에선 폭염으로 인한 뜨거운 공기로 인해 대기 중 오존 수치가 증가했다며 시민들에게 자가용 사용을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강타한 폭염의 영향권에서 일단 빗겨 난 것으로 보이지만, 기상학자들은 알프스 산기슭과 피레네산맥 지역의 고지대에서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해발 1천500m의 기온이 30도를 넘고, 700m 정도의 중산간 지역의 기온도 40도에 육박했다.
프랑스 남부는 지속적인 가뭄에도 시달리고 있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스-코트다쥐르 지역은 이달 1일 이래 단 3㎜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평년 한 달 평균 21㎜에 비해 적은 양이다.
가뭄 탓에 프랑스 96개 지역 중 83개 지역에선 물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독일에선 근로자를 위해 '낮잠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촉발됐다.
중동도 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시장은 20일 낮 최고 기온이 7월 평균 32도를 훌쩍 뛰어넘는 50도 이상으로 예상되자 이날 하루 공무원들에게 휴가를 줬다.
이집트 역시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망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자 17일부터 내주 중반까지 일시적으로 전력 부하를 줄이기로 했다.
시리아도 북부와 북서부 지역을 강타한 폭염으로 여러 건의 화재가 발생해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 계층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美남부 8천500만명에 경보…에어컨없는 텍사스 교도소 9명 사망
미국 남부를 강타한 폭염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이르기까지 8천500만명이 폭염 경보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미국에선 최소 20곳의 일일 최고 기온이 역대 최고점과 같은 수위로 오르거나 이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피닉스는 47.8도를 기록해 1989년에 세운 종전 기록인 46.1도를 넘어섰고, 텍사스주 샌안젤로도 수은주가 43.3도를 기록해 이전 41.7도 기록을 깼다. 캘리포니아주 임페리얼은 2009년도의 기록 47.2도에 도달했다.
특히 피닉스의 경우 20일 연속 43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하고 있어 당국이 시민들에게 야외 활동 자제를 촉구한 상태다.
텍사스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교도소에서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심장마비를 겪었다. 텍사스 내 교도소 100곳 중 70곳 가까이엔 에어컨이 구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다음 주까지도 남서부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신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중국, 23년 만에 연간 고온 최다 기록 경신…亞 곳곳 폭우 피해
아시아 지역도 폭염의 영향권을 피해 가진 못했다.
20일 베이징시 기상국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의 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기록해 고온일수(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가 총 28일로 늘어 23년 만에 연간 고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베이징의 연간 최다 고온일수는 2000년 기록했던 26일이었다.
대학생 추 이충은 "한낮엔 햇볕에 피부가 타들어 가는 것 같다"며 "베이징의 여름이 이렇게 더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상 당국은 베이징의 20일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당분간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노인의 경우 실내에 머물고, 어린이는 야외 활동 시간을 줄이라고 촉구했다.
아시아 지역은 폭염뿐 아니라 폭우 피해도 심각하다.
베이징 환경단체인 '자연의 친구들'에 따르면 산시성 북부의 문화유산인 진츠 사원과 톈룽산 석굴이 폭우로 인해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북부에서는 지난달 1일 이후 홍수, 산사태, 폭우로 인해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웃 파키스탄에선 몬순 강우로 인한 벽 붕괴로 최소 11명의 건설 노동자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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