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플랫폼 기업들, 취업난 속 최소 2억명 고용 창출
트럭 기사·차량 호출 기사·배달 기사가 가장 많아
인플루언서·프로그래머도 '플랫폼 노동자'로 규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현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최소 2억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플랫폼 노동자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물류배송, 음식 배달, 청소 등과 같이 일거리를 구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당 보수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긱 노동자'(Gig Worker)라고도 불리며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거나 일회성 일을 맡는 초단기 근로자를 뜻한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시안힐캐피털(靑山資本)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정직원과 긱 노동자를 아울러 최소 2억명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1.3%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8억8천만 중국 노동인구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여전히 상당한 고용을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SCMP는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와 경제 둔화로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잇달아 감원한 것도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시안힐캐피털의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군은 트럭 기사로, 1천650만명으로 조사됐다.
트럭 기사는 이전부터 중국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오래된 직업이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트럭 기사들의 일거리 수주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업무의 효율성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트럭 기사의 70% 이상이 최소 절반가량의 화물을 전국 2천500여개 트럭 호출 플랫폼을 통해 받고 있다.
두번째로 큰 플랫폼 노동자 그룹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사로, 약 700만명이 활동하고 있다.
차량 호출 서비스 기사는 지난 몇년간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운전면허 발급이 32.6% 증가했고 올해에는 일일 신규 운전면허 발급률이 전년보다 5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도시는 차량 호출 기사의 과잉 공급을 막고자 운영 허가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3번째로 많은 플랫폼 노동자 그룹은 배달 기사들로, 500만명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식료품, 의약품, 꽃 등 배달 물품이 다양하게 늘어났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중국 당국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을 격려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12일 배달 및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인 메이퇀, 짧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 더우인,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알리윈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플랫폼 기업 관계자 좌담회를 개최했다.
리 총리는 "플랫폼 경제가 시대 발전의 큰 흐름에서 시기를 잘 타서 수요 확대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혁신 및 발전에 새 엔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또 플랫폼 기업이 고용과 창업에 새로운 통로를, 공공 서비스에 새로운 지지력을 각각 제공했고, 발전의 전체 국면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갈수록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국제 경쟁력 제고를 가속하며, 발전을 견인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국제 경쟁에서 크게 실력을 떨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리 총리는 플랫폼 기업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년여간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빅테크 때리기에 나섰던 중국의 태도 변화를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SCMP는 짚었다.
시안힐캐피털은 운전기사들과 별개로 중국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플랫폼 노동자에는 팔로워가 1만명 이상이며 '온라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규정되는 약 500만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380만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프로그래머 400만명도 신흥 플랫폼 노동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과거 공장 노동자를 연상시키던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 이제는 교육을 잘 받은 프로그래머도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않기에 '노동자'에 포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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