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필리핀의 무차별적 '마약과의 전쟁' 직접조사 재개 결정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집권 시기 자행된 무차별적인 '마약과 전쟁'을 다시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ICC 항소심재판부는 18일(현지시간) 카림 칸 ICC 검사장이 마약사범 단속 명분으로 자행된 반인륜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재판부는 2019년 ICC 회원국에서 탈퇴해 자국 사안과 관련한 ICC 검사실의 조사 관할권이 없다는 필리핀 당국의 항소는 기각했다.
ICC 검사실과 필리핀 당국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벌인 무차별적인 마약사범 소탕 작전에 대한 '조사 주체'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두테르테 집권 시기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마약 관련 용의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고, ICC는 이를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필리핀 공식 자료는 단속 과정에서 최소 6천18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ICC는 사망자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은 최소 1만2천명에서 최대 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ICC 검사실이 지난 2018년 2월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이듬해인 2019년 3월 회원국에서 탈퇴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9월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서자 당시 필리핀 정부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겠다며 유예를 신청하기도 했다.
ICC 검사실은 그러나 작년 6월 필리핀 정부의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조사 재개를 요청했고, 지난 1월 ICC 전심재판부가 이를 승인했다.
필리핀 정부는 전심재판부 결정에 다시 항소를 제기했으나, 이날 항소도 기각됨에 따라 ICC 직접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CC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이었던 기간에 범죄가 발생했고 해당 국가의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정부의 조사 의지가 없을 경우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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