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증권' 주장 SEC 패소…"일반판매 때 증권법 적용안돼"(종합)
리플랩스, 일부 승소…가상화폐 리플 74% 급등·비트코인 연중 최고치
다른 소송 영향 기대에 코인베이스 주가 24%↑…영향 제한 신중론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가상화폐 리플을 발행하는 회사로 시가총액 세계 5위권인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2년 넘게 진행돼온 소송에서 사실상 이겼다.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13일(현지시간) "리플은 불법 증권"이라며 SEC가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플랩스가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리플랩스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토레스 판사는 "기관투자자에 대한 리플의 판매는 투자자들이 향후 리플 가격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에 투자계약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이 경우 연방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투자자들이 리플의 이익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없었다"며 "증권법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일반 투자자 매매는) 블라인드 거래였다"며 "투자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돈이 리플랩스로 가는지, 다른 판매자에게 가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리플 랩스와 최고경영자(SEC)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리플이 증권으로서 연방 증권법의 적용 대상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대표는 "이날 판결은 가상화폐 업계에 큰 승리"라고 밝혔다.
SEC도 "리플랩스가 증권법을 위반해 판매한 것으로 밝혀져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SEC는 항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플의 일부 승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가상화폐는 상승했다.
미 동부 기준 이날 오후 6시 40분께 리플 1개당 가격은 전날보다 73.93% 급등한 0.82달러(1천41원)를 나타냈다. 한때 약 90% 급등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도 2.49% 상승한 3만1천335달러(3천979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3만1천800달러(4천38만원)대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번 판결은 SEC가 제기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EC는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이 거래소에서 판매하는 최소 13개 가상화폐가 '증권'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 증시에서 코인베이스 주가는 전날보다 24.5% 급등 마감했다. 코인베이스는 리플도 재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기관 투자자들에 대한 판매는 증권법 대상이라고 판결한 데다가 일반 투자자에 대한 판결은 SEC가 항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날 판결이 모든 가상화폐에 똑같이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고, 각각의 경우를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