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나토 무대서 日총리에 '깜짝 박수' 유도한 바이든
기시다, G7 지렛대 삼아 외교무대서 존재감 부각…'EU 수입규제 철폐' 성과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올해 정상회의에서 때아닌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다.
기시다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순환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나토 무대에 올라 우크라이나에 장기지원을 천명한 G7 공동선언문을 직접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포함한 나머지 G7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함께했다.
어찌 보면 의장국으로서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아시아 국가 정상이 유럽-대서양 안보동맹체인 나토 무대 중심에 서는 건 보기 드문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전에 준비하지 않은 말을 좀 하겠다"고 운을 뗀 뒤 기시다 총리를 가리켜 "유럽이나 미국, 북미 대륙에서 이 사람이 나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지원을 하리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일본' 국가명을 두 차례 힘줘 언급하면서 일본의 적극적 지원 행보가 "병력이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의 주권을 훔칠 때, 그것이 곧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싶다면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루 뒤인 13일 열린 EU-일본 정상회담에서도 EU 지도부는 일본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찬사를 보냈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일본의 지원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러시아 규탄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비(非)서구 국가'다.
올해는 G7 의장국을 지렛대로 십분 활용해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더욱 각인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일본이 기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총 71억 달러에 더해 5억 달러(약 6천5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당시 이를 두고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시다 내각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엔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견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장기화로 무기, 자금을 있는 힘껏 끌어모으고 있는 서방 입장에서는 일본의 행보를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다.
기시다 총리가 이어가고 있는 '서방 일변도' 외교전략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를 통해 자국과 연관된 여러 현안에 있어 서방을 강력한 우군으로 포섭하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현안도 마찬가지다.
미 당국은 이달 초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맞는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보고서가 나온 뒤 그 결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여기에 EU와 정상회담에서는 "IAEA 평가에 근거해"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처를 12년 만에 전면 해제한다는 EU의 결정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 중국의 점진하는 위협에 맞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 강국들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기시다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G7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도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는 무력이나 강압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용납될 수 없으며, 법치주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수호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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