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검증 마친 한국 "인권은 정책 핵심…후속조치 지속"
95개 회원국 권고사항 중 약 60% 수용…사형제폐지 등엔 "국제적 논의 적극 참여"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4년 6개월 만에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국내 인권 상황을 점검받은 우리나라가 인권 관련 각 분야에서 이뤄진 제도 개선 성과를 보여주고 점검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 절차 마무리 회의에서 동료 회원국들의 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 실적을 공개했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들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통상 각 회원국에 4년 6개월 주기로 돌아오며 한국은 2017년 11월에 3번째 심의를 받았다.
핵심 절차는 지난 1월에 진행됐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다양한 인권 현안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며 '한국의 인권'을 바라보는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한 자리다.
한국 정부는 당시 95개 회원국으로부터 나온 총 263개의 권고사항 가운데 159개를 수용하고, 5개를 일부 수용했으며 99개에 대해서는 '참조'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권고 수용률은 60.4%다.
2017년 3차 심의 때 95개국으로부터 218개 권고를 받아 121개(전체 중 55.5%)를 수용한 점과 비교하면 수용률 자체로도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유엔의 9대 인권규약 가운데 하나인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안과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주요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등이 작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 등이 3차 심의 당시와 달라진 굵직한 이행 성과다.
성 착취, 노동력 착취를 모두 인신매매로 정의해 금지하는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점도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전으로 평가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2020년 10월부터 시행된 점도 우리나라의 주요 인권증진 사례로 꼽힌다.
반면 사형제 폐지와 차별금지법 입법 등은 이번에도 회원국들의 즉각 시행 권고가 있었지만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이 UPR 절차에 나와 북한인권법과 함께 폐지를 요구한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일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24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완전 폐지를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게 회원국들의 주문이다.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꾸준히 입법이 추진돼 왔지만 처리되지는 못했다
이날 정부 대표로 참석한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번에 받은 권고사항들은 인권 상황의 추가 개선을 위한 과정을 추구하는 것들이었으며 우리 정부는 이미 시행 중이거나 예측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이행이 가능한 권고 사항들에 대해서는 수용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기간 즉각적 조치를 요구한 경우나 국내법 체계 및 관행을 고려할 때 적용이 어려운 경우, 정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일부 권고 등에 대해서는 참조 혹은 불수용 입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사는 사형제 폐지 및 차별금지 권고와 관련해서는 "사형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 "차별금지에 관한 권고들은 일부 수용했으며 헌법상 평등원칙 구현, 취약계층 보호, 차별금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에 관한 권고는 모두 수용했으며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사는 "대한민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 증진과 보호를 정책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및 시민사회, 유관 부처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중간보고서 제출 등 권고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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