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전 총리 "말레이는 다민족국가 아냐" 주장 논란
말레이계 민족주의자…주의회 선거 앞두고 인종갈등 조장 발언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모하마드(98) 전 총리가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현지 매체 더스타 등에 따르면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헌법은 말레이시아를 다민족 국가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며 "말레이시아를 헌법에 없는 다민족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위헌"이라고 말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자신이 인종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강성 말레이계를 제외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다종교 사회이다.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가 정치권력을 쥐고 있지만, 경제는 중국계가 장악해왔다.
1969년 말레이계와 중국계의 갈등으로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이후 정부는 말레이계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우대정책을 펼쳤지만, 중국계와 인도계에서는 인종 차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내부의 인종 갈등은 선거 때가 되면 더욱 극명해진다. 각 정당은 강성 지지층을 향한 정책과 발언을 쏟아낸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는 개혁파 정당연합 희망연대(PH)가 승리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이끄는 PH는 종교·인종을 아우르는 통합을 추구한다.
말레이시아는 오는 8월 6개 주의 주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야권은 정권을 흔들기 위해 말레이계의 민족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말레이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마하티르 전 총리는 과거에도 중국계를 차별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총리 재임 시기에는 중국의 말레이시아 투자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반(反)중국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81∼2003년 총리를 지냈으며, 2018년 93세에 또다시 총리직에 올라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 기록을 세웠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국부'로 불렸던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집필 활동에 전념하겠다며 정계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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