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타격 위해 개발한 '스톰 섀도' 우크라서 맹활약
영국 지난 5월 인도…하이마스 못 미치는 후방시설 고정밀 타격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영국이 지난 5월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한 이후 이 무기가 그동안 부족했던 전력 공백을 채우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반격 작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장거리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 섀도는 전투기에서 고정된 지상 목표물을 향해 발사되며 240㎞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2003년 이라크전에 첫 실전 투입됐는데 첫 미사일이 건물 측면에 낸 구멍을 두 번째 미사일이 그대로 뚫고 지나갈 정도로 정밀한 타격 능력을 자랑한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대통령궁 깊숙한 내부에서 목욕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지휘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든다는 게 개발 취지였다고 WSJ는 소개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 기술 전문가인 이언 윌리엄스는 스톰 섀도에 대해 "지평선 너머 고정된 표적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톰 섀도를 들여오기 전 우크라이나는 적진의 주요 시설 공격을 위해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에 주로 의존해야 했다.
하이마스는 작년 6월 처음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된 이후 전세를 역전시킬 정도로 혁혁한 공로를 세웠지만, 사정거리가 80㎞ 수준이어서 후방 깊숙이 자리 잡은 시설을 목표로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거리가 약 300㎞에 달하는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미국에 지속해 요구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미국은 에이태큼스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것을 우려해 이 무기 공급을 승인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되고 러시아에선 무장반란 사태가 일어나면서 미 정부 최고위층까지 올라 승인이 대기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스톰 섀도는 공중에서 발사해야 해 차량으로 운반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 대비 운용성이 떨어지지만 사거리는 에이태큼스에 못지않다.
지난 5월 영국으로부터 스톰 섀도를 인도받은 우크라이나는 이 무기를 소련제 수호이 전투기에 부착해 그동안 공격력이 닿지 않던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 러시아 점령지의 후방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와 크림반도를 잇는 교량이 지난달 22일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게 한 사례다.
러시아가 임명한 현지 관료는 이 교량 공격에 스톰 섀도가 사용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며칠 앞서서는 크림반도에 인접한 헤르손주 남동부의 러시아군 탄약고를 타격하는 데에도 스톰 섀도가 사용됐다고 WSJ은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친러시아 블로거들은 지난달 12일 자포리자주에서 러시아군 장성이 스톰 섀도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스톰 섀도를 얼마나 많이 인도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WSJ은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스톰 섀도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러시아가 군수기지를 후방으로 이동시켜야 할 충분할 이유가 된다고 평가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스톰 섀도 도입에 관한 보고서에서 "유류 저장고와 탄약고, 지휘통제실, 기타 공격 가치가 높은 목표물 등 러시아군의 핵심 의존시설들이 위험에 처했음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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