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총리, 페북 '계정정지 권고' 결정에 "텔레그램·틱톡 이용"
전문가 "'친중·친러' 기조 반영…정적 위협 제약받지 않을 듯"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폭력 조장 등을 이유로 메타 사내에서 페이스북 계정 차단 권고 결정을 받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이에 맞서 앞으로 페이스북이 아닌 텔레그램·틱톡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대응에 나섰다.
30일 AFP통신·현지 언론에 따르면 훈센은 전날 열린 한 공식 행사에서 "이제부터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텔레그램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틱톡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훈센은 또 "텔레그램은 페이스북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독립기구인 콘텐츠 감독위원회가 훈센 총리의 계정을 최소 6개월 동안 정지시키고 지난 1월 게시된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린 뒤에 나온 것이다.
콘텐츠 감독위원회는 "훈센의 인권 침해와 정적 탄압,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위협 사례 등을 감안했다"면서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계정 중단 권고는 구속력은 없지만, 동영상은 곧바로 삭제해야 한다.
훈센은 2015년에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한 뒤 수시로 이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강경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특히 올해 초에는 오는 7월 실시될 총선이 부정선거가 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사법처리하고 몽둥이로 때릴 것"이라는 위협성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훈센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1천400만명에 달하는 데 비해 텔레그램은 86만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훈센의 캄보디아'(Hun Sen's Cambodia) 책을 집필한 세바스티안 스트란지오는 "텔레그램과 틱톡을 주된 소셜미디어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친중·친러 기조를 보여온 그의 외교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또 "정적을 위협해온 훈센의 활동은 앞으로 이들 플랫폼에서 제약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센은 1985년 총리에 취임한 뒤 계속해서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다.
그는 오는 7월 23일 실시될 총선에서 연임에 도전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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