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회의 '난민' 공동성명 채택 무산…폴란드·헝가리 어깃장(종합)
문안 조율 합의 최종 실패…'만장일치 대신 다수결' 처리한 새 협정에 제동
난민 의무적 배분·거부시 기금 납부 골자…시행되더라도 갈등 예상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이틀간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난민 정책'이 전면에 부상했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난민 신청자를 의무적으로 나눠 받는 것을 골자로 한 EU의 새 협정에 어깃장을 두면서 회의가 파행을 겪는 등 현안의 민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EU가 30일(현지시간) 정상회의 폐막과 함께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당초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난민 관련 부분이 아예 빠졌다.
당초 EU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달 초 그리스 연안에서 발생한 난민선 침몰 참사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전반적인 EU의 난민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난민 문제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명의의 개별 성명을 통해 언급되는 데 그쳤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이달초 잠정 합의된 EU의 '신(新)이민·난민 협정'을 문제 삼으면서 27개국 정상들이 공동성명 문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1일차인 전날도 이 문제로 자정 넘어서까지 회의가 결론 없이 마무리되면서 예정됐던 첫날 기자회견이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신이민·난민 협정은 회원국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난민 신청자를 일정 비율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눠서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2천800만원) 상당의 기금을 강제로 내야 한다.
이탈리아 등 난민 직접 유입이 많은 남유럽 국가의 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EU 회원국 간 부담을 나누자는 취지다.
2020년 9월 집행위가 발의한 협정 초안은 3년간 진통을 거듭하다가 이달 초 내무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 대신 가중다수결 투표로 잠정 합의됐다. 당시에도 폴란드와 헝가리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미 잠정합의가 도출된 만큼, 현재로선 당시 합의를 뒤집을 만한 수단이나 법적 근거는 희박하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정상회의 공동성명 채택에 반대한 건 난민 문제가 유럽 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난민 유입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곧 유럽 각국의 유권자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만큼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양국은 공동성명에 이민정책이 '각 회원국의 주권적 권리에 기초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새 협정이 시행되려면 EU 이사회, 유럽의회, 집행위 간 3자 협상을 거쳐 각각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
보통 이사회는 담당 장관회의에서 잠정합의된 안을 협상안으로 채택해 3자 협상에 돌입하는데, EU 나머지 25개국이 이번에도 가중다수결제로 협상안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는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3자 협상 타결 및 시행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헝가리와 폴란드가 시작부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추후 시행에 돌입하더라도 이들 국가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등 협정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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