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했어' 루카셴코의 과시, 푸틴에겐 모욕일 듯"
美싱크탱크 분석…"크렘린에 자신 얕보지 말라는 신호 발신"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 반란 사태 봉합 과정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최근 언행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모욕일 수밖에 없다고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가 분석했다.
ISW는 27일(현지시간) 내놓은 우크라이나 전황 관련 보고서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분석했다.
앞서 루카셴코는 자국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충돌 상황에서 어떻게 중재했는지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루카셴코는 인터뷰에서 당시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을 제거하려 했지만 자신이 나서 말렸고, 프리고진과는 전화통화로 욕설까지 섞어가며 논쟁을 벌이다 결국 중재안을 받아들이고 반란을 멈추게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ISW는 루카셴코가 푸틴과 프리고진간 분쟁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자세히 전한 것은 자신이 러시아 정치계 고위층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정통한 인사라는 점을 보이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ISW는 루카셴코가 푸틴과 프리고진을 연결할 때 상황에 주목했다.
루카셴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24일 그에게 전화해 "프리고진과 연락할 수 없다"고 했고, 이에 그가 그날 아침 바로 프리고진과 통화했다.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전화는 거부했지만 자신의 전화는 받았다는 뜻이다.
이어 루카셴코는 유누스벡 예프쿠로프 러시아 국방차관,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도 연결하며 양측의 협상을 중재했다고 전했다.
ISW는 루카셴코의 이같은 장황한 설명이 결국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을 푸틴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성공적으로 중재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루카셴코가 이번 사태에 개입한 이유 중에는 푸틴과 다른 크렘린 고위층에게 모스크바가 자신을 얕봐선 안 될 것이며, 그는 러시아 정권에서 독립적이면서도 성공적으로 행동할 능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ISW는 분석했다.
ISW는 루카셴코가 푸틴의 가장 깊숙한 이너서클 내에서 권력 중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푸틴에겐 모욕적인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이와 같은 루카셴코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는 점은 푸틴에게 더욱 치욕적인 일일 것이라고 ISW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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