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불복의 전조?…美공화 후보들 승자 지지 서약 요구에 '머뭇'
공화, '승자 지지' 토론 참여조건 걸어…트럼프 "후보에 따라 달라"
디샌티스 "내가 이겨" 즉답 피해…"서약"·"쓸데없는 짓" 극과극 반응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나선 후보들이 최종적으로 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승자에 대한 지지 서약 요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는 거부 또는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유력 후보들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최근 경선 토론 참여 기준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최종 승리 후보를 지지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으로부터 압도적인 과반 지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약 여부에 가타부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한 토크쇼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2016년에 내가 했던 것과 같은 답을 하겠다.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서명을 거부하다 후보가 상당히 좁혀진 후에야 동의한 바 있다. 자신이 후보로 될 가능성이 커지자 승자 지지를 약속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 토론에 참여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는 RNC가 토론회 일정을 잡자 자신이 동의하지도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토론은 8월로 예고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뒤쫓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지만, 그때마다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주 한 행사에서 해당 질문에 "난 바이든을 이기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경쟁하고 과정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난 내가 후보가 될 것으로 믿는다. 무슨 일이 있어서도 바이든을 이기겠다"고 반복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달 초 CNN 타운홀 미팅에서 "난 항상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왔다. (사람들은) 그게 나라면 2024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왜 그리 답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후보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와 디샌티스 등이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100% 약속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며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한 전투에서 사사로운 복수를 할 여지는 없다"고 다른 후보들을 비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누가 공화당 후보가 되더라도 '해리스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건강 탓에 결국 '인기 없는' 해리스 부통령이 권한 위임을 받을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공화당 후보는 어떤 민주당 후보보다 낫다"며 경선 승자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는 최근 CNN에 출연해 "(최종 후보 지지 서약은) 쓸모없고 나쁜 아이디어"라며 "서약서에 서명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트럼프 시대에서만 그렇다"고 말했다.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주지사는 "공화당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서명을 약속하는 후보자를 원해선 안 된다"며 "그가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라면 난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를 겨냥했다.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들이 서약하면 나도 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로나 맥대니얼 RNC 의장은 일부 후보의 반발에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토론이며, 서약 의무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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