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출규제에 중국서 AI용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시장 급성장
홍콩매체 "중국 AI 개발 수요 증가에 밀수업자 수천명 활동"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에서 관련 밀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AI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그에 필요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대체재가 없어 수출금지 품목인 'A100', 'H100' 등 엔비디아 GPU 밀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군이 AI용 GPU 반도체를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GPU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엔비디아는 세계 AI용 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텐센트 클라우드, 바이두 스마트클라우드, H3C, 인스퍼, 레노버 등이 엔비디아로부터 A100을 공급받아왔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은 모두 '중국판 챗GPT'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는 A100과 H100의 데이터 전송 속도 등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버전인 'A800'과 'H800'을 내놓았다.
상하이의 반도체 엔지니어 탕모 씨는 SCMP에 엔비디아 A100과 H100의 중국 내 수요가 많기 때문에 GPU 밀수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개발에 뛰어든 여러 중국 기술기업의 수요에 맞춰 엔비디아의 첨단 GPU를 불법적으로 공급하는 수천 명의 중개업자 중 한명이다.
탕씨는 AI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상하이 등 창장 삼각주 지역에서 현재 A100은 13만∼15만 위안(약 2천300만∼2천700만원)에 쉽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책정한 A100 소매가 1만 달러(약 1천3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그는 "AI 시스템 훈련은 이제 시작"이라며 "기업들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실제로 수요가 큰 A100과 H100에 접근할 수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서는 엔비디아 GPU를 공급하겠다는 다수의 판매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최대 전자상가인 선전 화창베이의 한 상인은 엔비디아 A100을 12만8천 위안(약 2천300만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에서 엔비디아의 공식 판매업자는 80GB(기가바이트) A800을 8만8천999위안(약 1천600만원)에 팔고 있다. 80GB A100의 가격은 9만9천999위안(약 1천800만원)으로 제시됐지만, 재고가 없는 것으로 표시됐다.
SCMP는 "밀수된 GPU에 대한 높은 수요는 중국이 엔비디아 제품과 경쟁할 대체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난해 9월 상하이의 일루바타코렉스가 국산 GPU 양산을 시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중국 주요 기술기업들은 엔비디아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경우 올해 엔비디아 GPU를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어치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의 밀수업자 탕씨는 지난 몇 달간 중국 여러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A800을 대량으로 사들인 까닭에 해당 제품의 공급도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상황은 A100과 H100의 밀수품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탕씨는 자신의 고객 두 명이 A800의 다음 선적을 보장받기 위해 100만 위안(약 1억8천만원) 이상을 선불로 지급해야 했다며 "먼저 낸 사람이 먼저 갖는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바이두가 챗GPT 대항마로 '어니봇'을 개발하면서 애초 A100으로 구축한 서버를 기반으로 했으나, 미국의 수출 규제로 A800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두가 올해 어니봇 등을 위한 AI용 서버 약 2천개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용 맞춤 칩인 엔비디아 A800과 H800의 가격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고 엔비디아의 중국 파트너사인 시톤홀리의 영업 매니저가 SCM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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