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선 1위는 '무효표'…8월 결선서 당선인 결정
'주요 후보 강제 낙마' 혼란상 반영…유효표 1·2위 모두 야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유력 후보들의 '강제 낙마' 논란 속에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중미 과테말라 대선에서 무효표가 대거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당일 일부 지역에서 소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혼란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2전 3기' 도전장을 내민 전직 대통령의 전 부인과,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또다른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8월 결선에서 만나게 됐다.
과테말라 최고 선거법원(TSE)은 희망 국민통합(USE) 산드라 토레스 후보가 개표율 97.24% 기준 15.66%를, 풀뿌리운동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가 11.88%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해 1,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여당인 3위권 후보는 7%대를 득표했다.
야당 소속인 1·2위 후보는 8월 20일 결선에서 최종 당선인을 가리게 됐다.
대선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과테말라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1·2위가 결선을 치른다.
토레스 후보는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의 전 부인으로, 2015년과 2019년에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이번이 3번째 대권 도전이다.
2011년 대선 때는 '현직 대통령 직계 가족은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규정을 피해 콜롬 전 대통령과 이혼하고 출사표를 던졌으나, 출마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이를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의 아들인 아레발로 후보는 외교차관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 정치인이다. 그간 현지 매체에서 진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으나, 본선에서 저력을 과시하며 '깜짝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중도 또는 중도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현 대통령은 우파다.
기표함에서는 그러나 무효표가 가장 많이 쏟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17%대로, 1위 후보를 앞지른다.
이는 유력 후보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후보 등록을 못 하거나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혼란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부패와 빈곤, 불법 이주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과테말라에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중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사업가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카를로스 피네다를 비롯해 총 4명의 후보가 선거에 나서지 못했다.
이중 피네다는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지지자들과 무효표 운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정 정당의 유권자 불법 수송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소각하거나 선거사무원을 공격하는 등 난장판을 방불케 하는 소요 사태까지 발생했다.
투표 종료 후 이튿날 새벽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행위가 보고됐다고 현지 유력 매체인 프렌사리브레는 보도했다.
이 때문에 공식 개표 결과 후에도 사회적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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