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시대 정크등급 회사의 '생존법'…담보부채권 발행 급증
2005년 이후 최고 수준…투자자들 보호는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 주요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과 북미 테마파크 운영사인 식스플래그(Six Flags)와 같은 회사들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910억 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을 발행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LCD에 따르면 이는 급속한 금리 상승으로 투기등급 채권 발행이 위축됐던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이들 채권 발행은 최근 몇 년간의 차입 붐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발행 채권 중 62%는 담보가 잡혀 만일 회사가 채무를 불이행하는 사태에 빠지더라도 투자자에게는 더 강화한 보호를 제공한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신용 등급이 낮은 미국 회사들이 더 엄격한 대출 조건을 수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로서는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담보를 잡아 더 많은 보호를 받고 있지만, 회사로서는 채권 시장 공략법을 찾아 차입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고금리 시대 생존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이들 기업이 생존에 도움을 받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매우 낮은 금리로 장기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가까운 장래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투기등급 채권의 평균 만기는 지난 10년 평균 7.4년에서 6.1년으로 단축됐다.
올해 담보부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채권 만기가 단축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기업에는 부채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들로서는 담보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더 낮은 금리를 받아들이고 더 빨리 상환되는 점에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또한 만기 5년 채권의 경우 통상 자금을 차입한 쪽에서는 최소한의 추가 비용으로 최소 2년 만에 상환할 수 있다.
이런 채권 발행 증가는 이들 회사를 상대로 한 대출 시장의 위축을 반영하기도 한다. 실제 투기등급 채권의 디폴트 비율도 최근 상승하고 있다.
WSJ은 이같은 자금 차입 경향에도 단점이 있다고 전했다.
더 많은 담보부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는 향후 자산을 매각하거나 추가로 채권을 발행해야 할 때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 채권 발행은 더 빨리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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