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귀국하기도 전에…美中 '독재자' 발언 등 놓고 삐걱
바이든, 시진핑 '독재자' 분류하자 中 "강렬한 불만" 발끈
해외중국인 귀국작전 개입 중국인 美서 유죄평결 나자 中 "단호 반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관계 회복을 모색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영국 방문 등 후속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도 전에 두 나라가 일부 영역에서 파열음을 냈다.
블링컨의 방중을 계기로 양측은 관계 안정화에 뜻을 같이하고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국운을 건 전방위적 전략경쟁이 낳은 갈등의 '전선'과 불신의 골이 넓고 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양상이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해 지난 2월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진입 사건과 관련해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embarrassment)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시진핑 주석이 풍선 사건을 사전에 몰랐을 것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이는 정찰풍선 문제로 더 이상 중국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뜻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풍선이 바람에 날려 경로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 풍선의 미국 영공 진입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중국 측 설명도 사실상 수용했다.
전체적으로 중국으로선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 '면죄부'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독재자' 표현에 중국은 발끈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며,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되며,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또 중국이 해외로 도피 또는 이주한 자국민 범죄 용의자나 반체제 인사 등을 강제 귀국시키는 소위 '여우사냥' 작전을 놓고도 양측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20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스토킹과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충잉과 주융 등 여우사냥 작전 관련 중국 국적 피고인 2명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정씨와 주씨가 중국에서 횡령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 전직 정부 관료를 미국에서 중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협박성 편지를 쓴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마오닝 대변인은 "초국가적 범죄를 타격하고, 국제적 도피자를 추적하고, 장물을 되찾아 오는 것은 정의로운 일로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인정을 받고 있다"며 여우사냥 작전 과정에서 외국의 법률과 사법 주권을 존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우사냥에 대한 미측의 사법적 단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에 "범죄자들의 도피 천국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방중 협의 때 우려를 제기했다고 공개한 쿠바 내 중국 도청기지 논란도 현지의 의혹 시설에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 관계자가 출입했다는 미국 매체들의 추가 보도와 함께 양국 관계의 남은 변수가 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중국의 항공모함인 산둥함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대만 문제에서 "양보나 타협의 여지는 없다"(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9일 블링컨 장관에게 한 발언)는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준 '무력시위'로 해석됐다.
한편,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 외교부가 이날 저녁 홈페이지에 올린 마오닝 대변인 브리핑의 질의응답록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 관련 질문과 답변을 뺀 사실이다. 최고 지도자를 향한 '독재자' 발언의 정치적 '민감성'에 대한 고려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미중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이어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 등 영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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