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협회 "배출가스 저감장치 운영비 연7천억"…정부지원 호소
내달 시멘트값 인상 앞두고 '여론전' 해석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시멘트업계가 국회에서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의 환경 정책에 발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시멘트 가격 인상을 앞두고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시멘트 생산시설 주변 대기환경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질소산화물(NOx) 저감을 위한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설치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미세먼지의 일종인 NOx는 시멘트 원료를 고온으로 과열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시멘트업종에 대한 NOx 최대 배출기준을 기존 270ppm에서 118∼240ppm으로 강화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업체들이 이 기준을 맞추려면 기한 안에 SCR을 설치해야 한다.
시멘트 생산시설의 환경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효율적인 관리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시멘트협회 이창기 부회장은 "SCR을 설치하려면 생산라인 1기당 수백억원의 설치비와 매년 설치비에 버금가는 운영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밝혔다.
지난 5년간 환경 부문 설비투자에만 약 2조315억원을 투입했으며 SCR 설치 시 운영비만 매년 약 7천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 협회 측 추산이다.
협회 측은 토론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유럽과 달리 국내는 저리 융자 정도의 지원만 이뤄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재 시멘트 판매 가격을 감안할 때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한때 우리나라보다 많았던 일본의 시멘트 생산이 급감한 것을 지적하며 "국내 시장 규모도 일본의 전례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시멘트협회는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시멘트 가격 간담회에서도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거론하며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 겸 쌍용C&E 사장은 전력요금 상승 외에도 탄소 중립을 위해 수조원의 설비투자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쌍용 C&E와 성신양회[004980] 등 시멘트 업체는 내달부터 가장 많이 쓰이는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t당 각각 14.1%와 14.3%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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