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 다시 '들썩'…미 에너지값은 '안정세'
유럽, 이달 52% 올라…비축량은 충분해 '에너지 대란' 없을 듯
미, 여름여행 성수기 앞두고 가격 낮게 형성…골드만, 국제유가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하락한 후 이달 들어 지금까지 50% 이상 급등해 골치 아팠던 지난해 에너지 위기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분석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 자료에 따르면 천연가스 벤치마크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52% 상승해 메가와트시(MWh)당 35유로(38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의 주요 가스 플랜트에서 유지 보수에 따른 가동 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져 이전의 하락세에서 벗어났다고 CNN에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상품 이코노미스트인 빌 웨더번은 방송에 "최근 가격 상승은 유럽 시장이 (공급) 차질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과 러시아가 에너지를 놓고 대치 상태에 있던 지난해 여름보다는 여전히 훨씬 낮다.
지난해 8월 말에는 유럽 국가들이 겨울철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MWh 당 사상 최고치인 340유로로 치솟기도 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코는 지난 13일 자사 웹사이트에서 가스 처리 공장 한 곳의 가동중단이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됐다고 밝혔다. 본래는 이달 21일 재가동 예정이었다. 두 개의 다른 공장은 "공정 문제"로 무기한 가동 중단 상태로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유럽연합(EU) 시장에 전체 수요량의 24% 이상을 공급, 러시아를 대체해 최대 천연가스 공급자가 됐다. 러시아는 15%를 차지했다.
네덜란드가 흐로닝언 가스전을 예상보다 앞서 영구 폐쇄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온 후 지난 15일 가격이 급등하는 등 유럽은 또 다른 가스 공급원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럽은 현재 저장시설의 73%가 차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같은 기간 평균 56%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지난해 여름철에 목격한 것과 같은 공황 상태는 다시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한국과 일본의 기록적인 수준의 저장, 중국 경제의 예상보다 더딘 회복으로 인해 유럽은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또 다른 값비싼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도 줄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유럽의 이런 사정과 달리, 미국의 경우 여름철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와 달리 낮게 형성돼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6일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평균 약 3.58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시장 여건 악화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기록적으로 높았던 1년 전의 5달러보다 낮다.
경기침체 우려, 중국 경제의 재개 지연, 러시아 원유의 중단 없는 시장 유입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지난 여름 120달러 이상에서 약 75달러로 하락한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 주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77% 이상 하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달 초 석유를 하루 100만 배럴 감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브렌트유의 올해 말 전망을 배럴당 95달러에서 8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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