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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美 외교수장 맞는 中, 머릿속엔 온통 경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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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美 외교수장 맞는 中, 머릿속엔 온통 경제뿐"
나름 외교 성과로 고립 해소했지만 경제 둔화로 미국과 협력은 필요해
미 거물급 CEO 최근 줄줄이 방중…시진핑, 빌 게이츠 만나 "친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의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으로선 외교 등 정치보다는 경제 문제에 모든 신경이 집중돼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외교에선 이미 미국 외 다른 나라들과 어느정도 성과를 내며 고립 상태를 해결했기에 미국 국무장관에게 딱히 아쉬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8∼19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고위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방중이 예정돼 있었으나 정찰용으로 의심되는 중국 풍선 논란으로 양측이 마찰을 빚으면서 이를 취소했다.
미국 외교수장의 방중은 5년 만인 만큼 양국 관계에 의미가 있지만, 양국 모두 이번 방중 성과에 대한 기대감은 썩 크지 않은 분위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이같은 중국측의 다소 냉랭한 손님맞이의 배경에는 지난 수개월간 국제무대에서 나름의 외교적 성과를 거둔 중국의 '자신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동시에 맞이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역도 자처했고 이번주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국빈으로 초청하는 등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대도 꾀하고 있다.
자오밍하오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중국은 외교적 진전을 이뤘고, 그만큼 미국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조건이 조성됐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미국과는 별도의 세계질서 확립에 나선 가운데서도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투자와 교역이 필요한 입장이라고 WP는 짚었다.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중국이 대미 관계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성장과 부동산 둔화, 외국인 투자 감소, 그리고 역대 최고 수준의 청년 실업률에 직면해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단기 정책금리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하했으며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줄줄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중국이 16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구애하는 이유다. 시 주석은 게이츠 창업자를 향해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추어올렸다.
그 밖에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와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 등 미국 기업인들이 잇따라 지난달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은 강온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다.
중국은 민츠그룹, 베인앤드컴퍼니 등에 대해선 영업정지나 압수수색 등을 단행하며 외국계 기업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물론 미국 쪽 분위기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미국은 지난 12일 중국 군에 미국 기술을 팔아넘겼다며 30여 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앞서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푸단대의 자오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 완화는 안정적인 대외 교역과 외국인 투자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 관리들은 미국의 국방·외교 관리들에게는 냉담하면서도 교역이나 상무 관리들과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윈쑨 중국국장은 "중국이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 응한 것은 다른 각료의 방문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미국이 대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때 중국으로선 대화를 거부하는 쪽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시 주석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여기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 정부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 기간 세부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블링컨 장관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게이츠 MS 창업자와 불과 며칠 전 만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보지 않으면 외교적 무시가 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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