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우' 핀란드 새 연정, 시작부터 강경 이민정책 발표
총선 두달여만에 우파 연정 구성 완료…극우 핀란드인당 포함
유엔 난민 수용 절반 감축…이민자·영주권자 사회보장혜택 구별은 '위헌 소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극우 정당이 참여하는 핀란드 새 연립정부가 시작부터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놨다.
페테리 오르포 국민연합당 대표는 16일(현지시간)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우파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국민연합당은 총 200석 가운데 과반인 108석을 확보한 가운데 새 연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연합당이 산나 마린 총리가 소속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한 지 두 달여만에 연정이 공식 출범하면서 관행에 따라 오르포 대표가 총리로 곧 부임할 전망이다.
새 연정은 시작부터 직전 정부와 정반대 방향의 이민정책 추진을 공식화했다.
연정은 유엔 난민기구를 통한 합법적 난민 수용 규모를 현행 연간 1천50명에서 500명으로 절반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민자에 대해서는 영주권자와 구별되는 새로운 사회보장혜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의미여서 헌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시민권 및 영주권 획득 요건도 더 까다로워진다. 핀란드어 구사 능력, 최소 체류 기간 연장 등이 추가된다.
이는 새 연정의 원활한 정책 추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 2위를 차지한 핀란드인당의 공약을 다수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같은 우파지만 국민연합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은 총선 때만 해도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이민자는 계속 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국민연합당이 총선에서 200석 중 46석을 확보해 아슬아슬하게 1위를 차지했고, 2위 핀란드인당(43석)과도 겨우 3석 차이밖에 나지 않기에 의회 과반을 확보하려면 핀란드인당의 합류가 필수다.
리카 푸라 핀란드인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나는 우리의 협상 파트너들과 함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이민 정책 패키지에 합의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북유럽 국가 중 느슨한 이민 정책을 시행한 국가는 핀란드가 유일했다"며 "이제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은 오르포 대표가 핀란드인당의 요구를 수용한 건 새 긴축정책에 대한 연정 파트너들의 동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르포 대표는 2019년 64% 수준이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율이 73%로 높아졌다면서 새 정부가 4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회보장 제도 및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정부 예산을 60억 유로(약 8조4천억원)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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