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외교차관 "모디 印정부와는 교역 활성화 여지 없다"
美폴리티코 인터뷰…"모디 정부 입장 바꾸면 대화 재개 용의"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파키스탄 외교차관이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와는 교역을 활성화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인도가 먼저 입장을 바꾸면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 온라인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14일(현지시간) 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교차관이 자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재 잔혹한 경제위기를 견뎌내고 있는 파키스탄은 인접국 인도와 교역 관계를 개선해 이득을 취하려는 입장이다. 양국간 국경을 통한 교역은 현재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도 매체는 아누프리야 파텔 인도 상업산업부 차관의 말을 빌려 양국간 교역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3억5천만 달러(약 1조7천억원)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이 기간 인도와 중국간 교역액 약 870억 달러와 대조된다.
카르 차관은 자신이 양국 관계 복원의 수단으로 교역 활성화에 찬성하지만 "인도를 힌두교도와 무슬림으로 나누는 것에 바탕을 둔" 힌두 민족주의 인도 정부와 함께 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역 활성화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나는 매우 호전적인 (인도 정부와) 어떤 일을 할 아무런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인도에서)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특정 정당과 특정 사람들은 그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부추기는 게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직격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뒤 핵 개발 경쟁을 하며 분쟁지 카슈미르의 영유권 등을 놓고 여러 차례 전쟁까지 치른 앙숙 사이다.
양국의 상대국을 겨냥한 비판 수위는 최근 수개월간 부쩍 높아졌다. 일례로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파키스탄을 "테러리즘의 진원지"라고 칭하자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모디 총리가 2002년 인도 서북부 구자라트의 주총리를 하던 시절 발생한 힌두교도와 무슬림간 폭동을 언급하며 모디를 "구자라트의 도살자"라고 되받아쳤다.
당시 폭동 희생자 1천여명의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 당시 모디 주총리는 폭동방지 조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고, 2013년 대법원도 그를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은 그를 외교적 '기피 인물' 명단에 올리고 입국금지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카르 차관은 그러나 파키스탄은 인도가 입장을 바꾸면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이라도 그들이 정치가답게 결정하고 평화 유산을 추구한다면 파키스탄이 열렬한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인도 측은 파키스탄이 먼저 조치를 취하고 테러단체들을 통제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작년 12월 파키스탄을 향해 "당신의 행동을 깨끗이 하고 좋은 이웃이 되려 노력해달라는 게 내 조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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