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수장 "우크라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철수 가능성 시사
'러군, 우크라 반격 성공적 격퇴' 주장도 반박…국방부와 갈등 악화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전의 선봉에 서온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전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수장이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방송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한 바그너 그룹이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싸울 것인지를 묻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고 철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프리고진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계속돼온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국방부 간 갈등 때문에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 중반부터 러시아 정규군이 고전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주요 전투를 이끌며 공격의 선봉에 서왔다.
수개월 격전 끝에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전과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전투 과정에서 계약제 용병과 교도소에서 차출한 죄수 용병 등 수만 명이 전사하는 손실을 봤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러시아 정규군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러시아군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바흐무트 점령 과정에서도 국방부가 제때 무기와 탄약을 보급하지 않아 바그너 부대의 피해가 커졌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을 맹비난했다.
최근엔 쇼이구 장관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 중인 의용부대들의 활동과 법적 지위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바그너 그룹을 포함한 모든 의용부대가 내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명령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쇼이구 장관의 이 명령이 지휘 체계상 국방부 관할에서 벗어나 있던 의용부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특히 국방부를 강력 비판해온 바그너 그룹을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와중에 자신의 버팀목이 돼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계약을 통해 민간군사기업의 활동을 합법화하려는 국방부 정책을 지지한다"며 쇼이구의 손을 들어주자 우크라이나전에서 아예 발을 빼겠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주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잘 막아내며 적에게 큰 손실을 입히고 있다'는 러시아 국방부 주장에 대해서도 어깃장을 놓았다.
그는 "모든 공격과 그 결과는 적의 공격 잠재력이 소진된 후에 평가돼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공격 잠재력이 소진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를 위해선) 한 달 반이나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이고, 그때 그들(우크라이나군)이 결과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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