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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브로드컴 '셀프시정' 퇴짜…삼성·브로드컴 소송전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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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브로드컴 '셀프시정' 퇴짜…삼성·브로드컴 소송전 가나
조만간 심의 재개해 연내 제재 결정할듯…법정 다툼 장기화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삼성전자[005930]에 이른바 '갑질'(불공정 행위)을 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자진시정안(동의의결안)을 기각하면서 향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공정위 제재 결과를 토대로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의 공방이 법정 다툼으로 장기화할 전망이다.



◇ 공정위,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연말 전에 심의할 것"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에 대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 요건이 충족되려면 기본적으로 거래 상대방에 대한 피해 보상을 고려해야 하는데, 동의의결안에 담긴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 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피해 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삼성전자 역시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2011년 동의의결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브로드컴의 '셀프 구제안'에 퇴짜를 놓으면서 이번 사안은 다시 원점(본안 심사)으로 돌아가게 됐다.
동의의결 개시로 중단됐던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남용에 대한 공정위 심의 절차는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후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을 결정하는 본안심의가 진행될 텐데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할 것"이라며 "늦어도 연말 전에는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품으로 브로드컴이 아닌 퀄컴 칩 등을 사용하자 신규 구매주문 승인 중단, 부품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을 통해 압박하며 장기계약(LTA)을 맺도록 강제한 혐의를 받는다.
LT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폰 부품을 매년 7억6천만달러 이상 구매해야 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여기에 못 미치면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 배상하게 돼 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이 강요한 LTA로 2억8천754만달러(약 3천653억원)의 추가 비용과 3천876만달러(492억원) 상당의 과잉 재고를 떠안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삼성전자 민사소송 나설 듯…소송전 장기화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동의의결제도가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에 대해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인 만큼 이번 기각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동의의결안이 받아들여지는 것보다 향후 공정위 심의를 통해 제재가 결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민사 소송 등에 나서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이익을 보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의결이 인용됐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민사로 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공정위가 거래상 지위남용이 된다고 판단하게 되면 좀더 손쉽게 민사소송 등을 통해 피해구제의 길이 열릴 것 같은데, 그 정도 메리트가 있으면 있을까 특별히 큰 이익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공정위 기각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일단 공정위의 심의와 향후 제재 결정에 따라 적절한 피해 구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LTA 체결을 강제한 바가 없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지도, 삼성전자에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브로드컴과 공정위 조사팀 양측이 상당 기간 공개 논의 과정을 거친 후 합의한 동의명령을 승인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제 자사의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의 공방이 향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LTA 체결 과정과 거래상 지위 인정 여부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소송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 글로벌 기업 갑질 잇따라…공정위 '철퇴'
한편 글로벌 기업의 '갑질' 사례와 이에 대한 공정위의 철퇴도 잇따르고 있다.
브로드컴 사안의 신고자이기도 한 미국 퀄컴도 앞서 모뎀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기업들에 이른바 '갑질'을 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는 이유로 2016년 공정위로부터 1조311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바 있다.
퀄컴은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올해 4월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안드로이드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는 구글은 경쟁사인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들에 앱 상단 노출·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했다가 지난 4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421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구글은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과징금 2천74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구글은 제조사에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편화금지계약'(AFA)도 반드시 체결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글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서울고법은 이를 일부만 받아들이고 과징금 납부 효력도 유지했다.



이밖에 애플은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등 1천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하는 안 등을 담은 동의의결안을 제시하며 '백기 투항'한 바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애플이 이동통신사에게 단말기 광고비용과 무상수리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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