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여당의원, 동예루살렘 성지분할 추진…팔레스타인 반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여당 리쿠드당 의원이 동예루살렘 성지 분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리쿠드당의 아미트 할레비 의원은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성전산(동예루살렘 성지의 이스라엘식 표현)을 유대교와 이슬람교 구역으로 분할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남쪽은 이슬람교도 구역, 바위 사원을 포함한 중앙 및 북쪽은 유대교도 구역으로 나눈다는 계획이다.
또 요르단이 후원하는 와크프(Wakf) 재단에 의한 동예루살렘 성지 관할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게 할레비 의원의 주장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무함마드 쉬타예흐 PA 총리는 "알아크사 사원 경내를 분할하려는 시도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분노를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쉬타예흐 총리는 아랍권과 전 세계 이슬람교도, 그 외 모든 국제사회가 이제는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알아크사 사원 지위를 바꾸려는 이스라엘을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예루살렘의 무슬림 최고위원회도 성지 분할 계획이 위험한 발상으로, 실행될 경우 알아크사 사원 전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들은 성지 분할 시도가 곧 전쟁 선포라면서 "팔레스타인 주민과 저항군은 그런 도발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35에이커(약 14만㎡) 크기의 성지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공통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다.
이슬람교도는 이 성지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메카에서 날아와(이스라) 승천한 뒤 천국을 경험한(미라즈) 곳으로 믿는다. 그래서 이곳을 메카, 메디나에 이은 3대 성지로 꼽는다.
유대교도는 이곳을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고대 왕국의 솔로몬과 헤롯왕이 바빌로니아와 로마 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지었던 곳으로 믿는다.
기독교도 역시 예수의 생애와 많은 관련이 있는 이곳을 성지로 여긴다.
과거 요르단에 속해 있던 이곳에서는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 간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성지에서 기도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고, 유대교도의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예루살렘 구시가지 서쪽 벽에서만 할 수 있다는 규칙을 둘러싼 갈등이다.
갈등은 종종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등의 유혈 무력 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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