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댐 파괴' 이틀째 필사의 탈출…전범 혐의 조사개시
우크라 "4만여명 피해…수십만명 식수난"…미 국무부 "이재민 최소 2만명" 추산
환경파괴도 우려…세계은행 긴급평가 착수 등 국제사회 대응 총력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 노바 카호우카 댐이 파괴된 지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인근 지역 주민의 필사적인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이 사고에 대한 '전쟁범죄', '환경학살'(ecocide)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이번 댐 사고와 관련, 전쟁범죄와 환경학살 가능성 또는 범죄적 환경파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성명서에서 "죄명은 환경학살과 전쟁 법·관습 위반"이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경찰 수사관으로 꾸려진 특별 합동 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판샨룽 주우크라이나 중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조사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코스틴 총장은 "결과는 재앙적"이라며 "4만명 이상의 사람이 피해를 봤고, 집과 기반 시설은 파괴됐으며,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망가졌고 많은 지역에서 물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 댐은 지난 6일 새벽 파괴됐다.
저수량(18㎦)이 한국 충주호의 6.7배 규모인 카호우카 댐은 인근 지역 주민의 식수로는 물론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수로 이용되고 수력발전소 역할도 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저지른 테러 공격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댐 폭발의 배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해 지역에서 탈출한 사람 중 다수가 지붕 위에서 구조됐다면서 "댐 붕괴는 이번 전쟁에서 발생한 또 다른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헤르손을 통제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양측 당국이 발표한 수치를 종합했을 때 약 4천명이 이 지역에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약 4만1천명이 홍수 위험에 처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댐 파괴로 발생하는 이재민이 약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십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면서 주민 대피와 함께 식수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노바 카호우카 시장은 이 지역에서 최소 7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3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러시아가 점령한 드니프로강 동편의 사람들도 대피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해 지역을 방문한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대피 작업을 가능하면 빨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강한 물살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방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군사행정부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은 "수위가 내일까지 계속 높아지고 이후 닷새 동안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환경 피해도 상당하다.
수력발전소가 파괴될 때 터빈실에 있던 150톤(t)의 기계유가 유출돼 환경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수십만 에이커의 농장에 물 공급이 끊이면서 이르면 내년에 가장 생산적인 곡창지대 일부가 사막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부는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죽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댐 붕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카호우카 댐 파괴의 피해와 필요 사항에 대한 긴급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안나 비예르대 세계은행 운영 전무이사(Managing Director of Operations)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에 4천11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 앞선 분석을 기반으로 새로운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댐 파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또 다른 파괴적 결과"라며 피해 지역에 식수와 정수약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대변인은 헤르손에서 홍수 이재민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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