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구세주 된 챗GPT, 'AI 골드러시'…타분야 명암 교차
"AI 스타트업들, 5월 한달에만 14조4천억 유치"…투자 봇물에 스타트업 환호
非AI 기업 대상 투자는 더욱 위축…실리콘밸리 체감경기 양극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에 감원 한파가 몰아닥친 와중에도 챗GPT 열풍에 올라타는데 성공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쏟아지는 투자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실리콘밸리 소재 테크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AI 관련 기업인지 아닌지에 따라 '양극화'하는 현상이 최근 가시화했다고 평가했다.
WP는 "작년 11월 오픈AI의 대화형 챗봇 챗GPT 공개로 새로운 'AI 골드러시'가 촉발됐다"고 AI 관련 스타트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미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AI 스타트업들은 5월 한 달 동안에만 110억 달러(약 14조4천억원)의 투자를 끌어모았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86% 증가한 금액이다.
대형 테크기업 출신 AI 전문가들은 앞다퉈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출신의 AI 전문가로 최근 동영상 생성 AI 스타트업을 창업한 수브랏 부스한은 실리콘밸리 '빅4'로 불리는 세콰이어 캐피탈 등으로부터 525만 달러(약 68억원)를 투자받았다.
그는 최근 2년 새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 7명 중 3∼4명이 회사를 차렸고, 구글에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근간인 '트랜스포머' 모델을 개발한 인사들의 경우 전원 퇴사해 창업에 나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닌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의 세배 가까운 110억 달러(약 14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이후 주가가 24%나 급등했다.
2일 장마감 기준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9천714억 달러(약 1천272조원)로 '시총 1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AI 열풍에 힘입어 하락세이던 나스닥 시장도 모처럼 상승 반전한 분위기다.
WP는 "대형 테크 기업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33% 하락하면서 전체 시가총액의 3분의 1가량을 날리고 지난 10년간 쌓아온 부의 상당부분을 잃었지만, 2023년 들어 나스닥100은 이미 31%나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I와 무관한 여타 테크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는 오히려 더욱 싸늘해졌다고 한다.
피치북 소속 애널리스트 브렌던 버크는 "벤처캐피털들이 인기 있는 AI에 투자하려 경쟁하면서 수익성이 없는 평범한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투자를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가 45억 달러(약 5조9천억원)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만 이미 125억 달러(약 16조3천억원)의 투자가 몰리는 등 AI 관련 기업에만 투자가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 실리콘밸리 중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의 식당과 주점에선 AI로 인한 실직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손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었던 주변 집값은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에선 AI 관련 인재 외에는 신규 고용이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댄 왕 교수는 "(AI는)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의 흐름을) 강세장으로 되돌릴 종류의 무언가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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