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성능 전기차 어디까지 왔나…벤츠 EQE·EQS AMG
내연기관 AMG의 엔진소리 없지만 주행성능은 탁월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A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차급별 전기차 라인업 EQ 시리즈를 완성한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MG는 이미 국내 도로에서도 심심찮게 눈에 띌 만큼 보편적으로 알려진 고성능차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작년 11월 럭셔리 전기 세단 EQS의 AMG 모델을 국내 출시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준대형 전기 세단 EQE의 AMG 모델을 두 번째로 국내에 선보였다.
지난 1일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열린 '미디어 AMG EQ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E 53 4MATIC+(이하 EQE AMG)와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이하 EQS AMG)의 성능을 잠시 경험할 시간이 주어졌다.
최고 성능의 차량으로 실제 모터스포츠 대회 서킷을 주행하는 방식이라 안전을 위해 헬멧까지 착용하고 현역 모터스포츠 선수인 인스트럭터의 통제 아래 운전했다.
EQE와 EQS 탑승에 앞서 내연기관차인 AMG GT를 먼저 체험했다. 높이가 불과 1천290㎜로 납작한 GT에 탑승하니 차량과 함께 바닥에 착 달라붙은 느낌이 정말 모터스포츠카에 탑승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시속 80㎞ 전후 속도로 180도 가까이 급선회하는 곡선 주로에서도 민첩한 조향과 즉각적인 제동 반응, 안정된 무게중심 덕분에 별로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길지 않은 직선 주로에서 인스트럭터 지시대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탑승자를 압도하는 엔진 굉음과 함께 순간 몸이 뒤로 훅 쏠리면서 차량이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GT에 이어 AMG 전동화 라인업의 최신 차종인 EQE AMG에 탑승해 같은 트랙을 돌았다.
앞서 일반 세단 모델인 EQE 350+를 보통 도로에서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던 터라 외관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한눈에 스포츠카 느낌이 드는 GT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운전석에 앉아 주행을 시작하자 비로소 '전기 AMG'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시동을 걸자마자 "나 AMG요" 하는 듯 엔진이 우렁찬 존재감을 드러내는 GT와 달리 EQE AMG는 소리는커녕 미동도 없다. 출발하려고 무심코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에야 반응성을 보고 AMG임을 실감했다.
군살 없는 GT보다 몸집은 확연히 크지만 핸들링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가속과 제동의 반응력 역시 즉각적이었다. 코너링 때 뒷바퀴 조향각까지 조절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rear-axle steering) 덕분인지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 웬만큼 속도를 내도 큰 부담이 없다.
EQE AMG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3.5초의 동력 성능을 자랑하지만, 엔진음이 없어 완만하게 가속하면 속도계 숫자 변화를 보지 않고는 가속을 느끼기 어렵다. 인스트럭터 지시로 '풀 가속'을 시행하자 몸이 뒤로 확 젖혀지는 느낌과 함께 속도계 숫자가 마구 올라갔다. 그제야 전기 AMG의 '조용한' 정체성 차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운전 모드를 S(스포츠)로 바꾸니 시트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차와 함께 바닥에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핸들링은 한층 더 묵직해지고 페달과 제동 반응성은 높아졌다. 트랙을 씽씽 달리면서도 조용하기 짝이 없더니 S모드가 되자 '웅' 하는 가상의 모터 사운드가 커져 상태 변화가 조금은 더 쉽게 감지됐다.
이어 EQS AMG로 옮겨 타니 EQE보다 넓은 내부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맞이했다.
5천220㎜의 긴 전장에 공차 중량은 2.7t에 육박하는 덩치 큰 차종이지만, 가속력과 제동력은 한 차급 아래인 EQE AMG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EQS AMG의 제로백은 3.8초라고 한다.
인스트럭터 통제 아래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시속 180㎞까지 금세 속도가 올라갔고, 이어 바로 100㎞까지 속도를 떨어뜨리는데도 제동이 꽤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EQE와 EQS를 고속도로 등 일반 도로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주행해보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국내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이런 고성능차의 주행 성능을 과연 몇 %나 확인할 수 있을까 싶어 차라리 트랙 체험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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