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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안보 격돌'에도 머스크가 中서 환대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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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안보 격돌'에도 머스크가 中서 환대받는 까닭
중국, 경기침체에 경제분야 양국관계 악화 방지 노력 중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중 양국이 '경제·안보 이슈'로 사사건건 다툼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경제계 거물들이 중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아 관심을 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뺀 첨단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대만 문제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양국 관계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달 21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중국 내 판매 금지 조처를 한 뒤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중국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에 '정랭경온'(정치적으로는 냉랭하고, 경제적으로는 유화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아가 미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힌 중국으로선 최근의 미 기업 환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中, 머스크 칙사 대접·美 기업인들 '환영' 일색
테슬라는 지난 4월 9일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인 '메가팩' 생산 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상하이 메가팩 건설은 캘리포니아 메가팩 공장 생산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우려가 앞섰다.
테슬라 사업 확장을 위해 태양광 패널·풍력 터빈용 매가팩 생산 공장의 증설 계획이 불가피하다는 그의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현시점에서 대(對)중국 투자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마이크론 제재 사태는 차치하고라도 지난 2월 불거진 미국의 중국 '정찰 위성' 격추사건, 대만 문제로 미중 간 정치·경제·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테슬라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당국이 국가 보안을 이유로 컨설팅기업 캡비전과 미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를 압수 수색하는 등 '스파이 색출'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마이크론 제재의 다음 대상이 어느 미국 기업일지가 관심사였던 시기였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우려는 사라졌다. 그의 방문은 2020년 1월 초 중국을 찾은 지 3년여 만이었다.
친강 외교부장·왕원타오 상무부장·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등 현직 장관 3명이 잇달아 머스크와 만났고, 세계 1위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의 쩡위친 회장과의 회동도 중국 당국이 주선했다.
방중 셋째 날 머스크는 리창 중국 총리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으로선 머스크에게 최상의 '사업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머스크 이외에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 스타벅스의 랙스먼 내러시먼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도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환대받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등을 불러온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이달 중에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 美, 경제계 거물 방중 묵인하며 돈벌이 용인
미국 유력 기업 CEO들의 방중과 관련해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애써 모른 척하고 있지만,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와 관련해선 자국 기업들의 중국 접촉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전기차·배터리 등 중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 금융 등 미국이 주도권을 쥔 분야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실제 머스크는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친강 외교부장을 각각 만난 자리에서 "미·중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테슬라는 (공급망) 디커플링(분리)과 망 단절에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다이먼 JP모건 CEO도 방중 기간에 열린 자사 연례행사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며 "디커플링은 뿌리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런 언급은 최근 미국의 대중 정책을 사실상 비판하는 것이지만, 미 행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는 재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뒤이어 지난 25∼26일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에 참석한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각각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함으로써 미중 간 경제 분야 해빙 모색으로 이어졌다.

◇ 경기침체 못 벗어나는 中, 경제 살리기 전력투구
미중 간 총성 없는 '경제·안보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미국 경제계 거물들에 대한 '칙사 대접'은 중국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잦아들었는데도 경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부채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적어도 경제 분야에선 미중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3.0%라는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이래 올해 1분기 4.5%로 회복됐다지만, 첨단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포위망' 확대로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중국 지방정부들의 주요 수입원인 국유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하면서 정부 부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3월 19.6%로 치솟더니 4월에는 20.4%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청년들의 대정부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분기에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약 39조7천억원)를 빼냈으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주가지수가 2021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경제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경제 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앨프리드 우 교수는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선 이제 통치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볼 것"이라면서 "그게 바로 중국이 여전히 외국인 투자와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시 주석으로선 경제보다 더 우선 과제는 국가안보일 것이라면서 "어떤 위험이 있다고 본다면 중국은 외국 기업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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