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러·서방 갈등 새로운 중심으로…"퍼펙트 스톰 우려"
온난화로 선박 운항여건 개선…경제·군사적 경쟁 가속화
러, 군사적 우위인 북극 중시…중국도 관심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일대의 선박 운항이 용이해지면서 북극이 신냉전 시대 주요 강대국 간 갈등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극이 서방과 러시아, 중국 간 확대되는 무역 경쟁과 군사전략 경쟁에 노출됐다면서 지구온난화가 이 같은 경쟁을 가속화하고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극해 일대 선박 항로는 온난화 영향으로 이전보다 얼음이 덜 얼면서 새로운 항로 개척이 쉬워진 상황이다.
문제는 선박 접근성 확대가 이 일대를 강대국 간 새로운 경제적, 군사적 경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극 일대에서 강한 군사적 입김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티 페수 연구원은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군사적 우위에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둘러싸이지 않은 북극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수행하면서 북극권 영토에서 주둔군을 철수시킨 상태지만 공군력과 함대, 핵잠수함, 핵미사일 기지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페수 연구원은 러시아의 호전성과 기후변화가 맞물려 북극 일대에 '퍼펙트 스톰'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러시아의 북극 영향력 확대에 긴장하며 이미 행동에 나선 모습이다.
이들 북유럽 4개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고자 최근 공군력을 합쳐 공동 운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극 관련 국가 간 이슈를 다루는 비군사적 협의기구로는 미국, 러시아 등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도 북극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를 '근(近) 북극 국가'라고 선언하며 북극권을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포함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바 있다.
중국은 2018년경부터 핀란드의 항구와 그린란드의 광산을 매입하고 나섰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덴마크를 향해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한 계기가 됐다고 대서양위원회의 안나 비슬란더 북유럽 담당 국장은 설명했다.
미국도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북극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나토는 2018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항에 근거지를 둔 새 작전사령부를 창설했는데, 새 사령부는 대서양 항로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극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북극 일대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1일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조될 전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스웨덴을 방문하던 중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에 스웨덴의 조속한 나토 가입 승인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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