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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미국의 마이크론 공동대응 요구는 또다른 경제강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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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미국의 마이크론 공동대응 요구는 또다른 경제강압
"마이크론 빈자리 채우지 말라"…한국 반도체기업에 판매 자제 압박
美기업들, 과거 중국이 호주산 석탄·소고기 수입 금하자 中수출 늘려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빠지지 않는 소재 중 하나는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이다.
경제적 강압은 중국 정부가 외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2위 경제력을 무기로 활용해 상대국의 양보를 강요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한국 정부가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허용하자 중국이 한한령을 발동하고 롯데 등 한국 기업을 압박한 게 대표 사례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 21일 보안 위험을 이유로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의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한 것을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명백하게 그것을 경제적인 강압으로 본다"면서 "이번 도전과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과 관련된 모든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파트너(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과 공동 대응은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정책의 기본 기조이지만, 이번 마이크론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협력을 구하는 미국의 방식은 미중 갈등으로 이미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성명을 내고 중국에서 마이크론과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갤러거 위원장은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backfilling)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정부가 한국에 이런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온 것 자체가 한국 기업에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어려움보다 자기 경제이익을 우선하는 게 아닌지 미국 정부와 의회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분위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대한 판매를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목줄을 쥐고 있는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달리 행동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목줄은 미국이 작년 10월 도입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앞으로도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해 미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이런 '협조'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 대응'이겠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경제적 강압일 수 있다.
물론 중국의 마이크론 제품 금지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며 한국도 앞으로 중국에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한미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 열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입장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에는 중국이 한국을 괴롭히면 미국이 어떻게 도와줄까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마이크론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그러나 경제적 강압은 관련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 공동 대응이 쉽지 않으며,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도 동맹을 실질적으로 돕는 데 한계가 있었다.
중국은 2020년 말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자고 주장하자 호주산 와인, 소고기, 석탄 등의 수입을 금지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호주를 지지하겠다고 했으며 미국 외교관들이 호주와 연대 차원에서 호주산 와인을 마시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021년 2분기 미국 석탄업계가 중국에 수출한 석탄이 전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하고 중국에서 미국산 소고기 판매가 호주산을 추월하는 등 미국 기업들은 호주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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