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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오늘 운명의날…에르도안 '재선' 장기집권 굳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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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오늘 운명의날…에르도안 '재선' 장기집권 굳히나
외신,대선결선서 에르도안 승리 예상…3위 후보 지지에 집권당도 총선승리
에르도안 승리시 30년 집권가도…권위주의 체제 강화 예상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 약속 클르츠다로을루, 극적 뒤집기 가능할까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집권 중인 튀르키예에서 28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국내뿐만 아니라 나토와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5%포인트 가까운 표 차이로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승리한 여세를 몰아 이번 결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최장 2033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게 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에서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및 서방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마지막까지 정권교체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 외신 "이변 없는 한 에르도안 승리"
외신에 따르면 이날 결선투표에 나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등 두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은 각각 49.52%와 44.88%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4.64%p 차로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이날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결선투표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것이 외신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여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1차 투표에서 5.17%를 득표한 승리당 시난 오안 대표의 지지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오안 대표가 1차 투표에서 얻은 283만 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득표 차인 254만 표보다 더 큰 수치다.
오안 대표와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족주의 성향을 공유하는 점 역시 이번 지지 선언이 단순한 선언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1차 투표와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연합이 전체 600석 중 과반인 323석을 차지한 것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 따른 혼란을 바라지 않는 유권자들이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최근 CNN 투르크와 인터뷰에서 "의회는 압도적으로 우리와 함께한다"며 "정권이 안정되면 나라에 평화와 번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우세를 점쳤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의외의 패배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고 난민 송환과 쿠르드족과의 평화 협상 배제 등을 내세웠으나, 애초에 쿠르드족 다수의 지지를 받는다는 한계 역시 뚜렷하다.
야권은 유세 마지막까지 무당층이나 1차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에르도안 대통령 심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 에르도안 승리시 30년 철권통치…클르츠다로을루, 정권교체로 국가대개조 추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중임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 경우 내각제 시절의 총리 재임 기간까지 합쳐 에르도안은 무려 30년간 권좌에 머물 수 있게 된다.
지난 20년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입법·사법부는 물론 사회 전 영역에 구축한 확고한 통치 기반을 토대로 한 권위주의 체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교리에 기반한 정책을 꾸준히 강화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 대신 이슬람주의를 전면화할 수도 있다.
초고물가에도 저금리를 고집하는 종교적이고 비상식적 경제정책이 계속되고 튀르키예의 경제난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최근 물가상승률의 하락세를 언급하면서 현재 경제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나토 내에서 갈등을 일으켜온 튀르키예는 앞으로도 당분간 서방과 불편한 관계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2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튀르키예 정국과 경제 사회 전반은 대개조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저금리 정책을 철폐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등 상식적인 경제 정책을 펼침으로써 극심한 경제난을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철폐해 의원내각제를 복원하는 등 튀르키예의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야당은 약속했다. 에르도안 집권기 흔들린 세속주의 이념의 재확립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안보 정책에서는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러시아·반서방으로 옮겨온 무게 중심을 다시 친서방 쪽으로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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