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해외투자자, 韓시장에 큰 관심…지배구조변화 놀라워해"
'미국판 다보스포럼'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첫 한국 세션 마련
"중국 불안 속 아시아 다른 국가로…한국 반도체·일본 강세"
"6월 관찰대상국 포함되면 1∼2년내 MSCI 선진지수 편입…분위기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민영 기자 =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가운데 현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29일 말했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는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며 세계 최대 투자가들이 몰리는 행사로, 올해 처음 우리 경제와 기업·투자 등을 논의하는 한국 세션이 마련됐다.
아시아 단일 국가 세션이 마련된 것은 밀컨연구소가 1998년 첫 콘퍼런스를 개최한 후 일본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올해 이 행사에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 골드만삭스 회장 데이비드 솔로몬, 글로벌 3대 사모펀드 KKR의 한국계 CEO 조지프 배,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 등이 참석했다.
손 이사장은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등에 긍정적인 여론 형성을 도모하고자 한국 세션 패널로 참여했다.
그는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미·중 관계,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점에 관심을 보였고 투자가들 사이에선 투자 다변화가 상당한 화두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이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커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눈을 돌리고 생산기지로 인도, 동남아 투자 대안으로 한국과 일본을 각각 꼽았다"며 "외국인이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와 2차전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나 일본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이런 시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남미 최대 투자은행(IB)인 BTG 팍투알(Pactual)의 마리오 카발리에리(Mario Cavalieri)는 콘퍼런스에서 "한국 시장은 우수한 기업들이 많고, 현재 저평가된 상황이라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우리 시장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인하려면 과거와 다른 차별성을 둬야 한다"며 "예전에는 디스카운트(할인)가 일반화된 유인이었는데, 이제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시장 접근성 개선 노력을 설명하면서 '한국에 투자하면 큰 재미를 못 본다'라는 인식을 없애고 싶다는 얘기를 주로 했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이 다음 달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포함될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열려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외국인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2014년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됐으며 지난해 관찰대상국 등재에 실패했다.
MSCI는 현지시간으로 다음 달 2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 30분) 연례 시장 재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이 다음 달 선진국 편입 후보국으로 분류되면 MSCI 편입 정기 변경 시기인 2025년 5월께 실제 분류 상태가 변경될 수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등을 담은 환시 선진화 방안 등을 내놓으며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30년 넘게 유지돼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를 연내 폐지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2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영문 공시는 내년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거래소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지난 달 중순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한국 자본시장을 홍보하고 정부의 시장 접근성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손 이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환영하고 고마워했다"며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를 놀라워했고 주주환원 정책과 배당 절차 개선 등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은 우리가 발표한 조치들이 유망한데 실제 어떻게 될지 분위기를 좀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관찰대상국에 포함되면 1∼2년 안에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데, 1, 2년 뒤에 (선진지수에) 편입시킬 정도의 확신이 생기면 관찰 대상에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digo@yna.co.kr,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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