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팔 잡았다 놨다…은색 통이 '테슬라 배터리'로
LG엔솔 오창 '마더팩토리'…테슬라 공급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첫 공개
'4680 테슬라 배터리'·파우치 롱셀 등 양산 서둘러…커지는 'K-배터리' 역할
(오창=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25일 찾아간 LG에너지솔루션[373220] 오창 에너지플랜트.
언론에 처음 공개된 1860(지름 18㎜, 높이 60㎜) 원통형 배터리 공장 조립 라인에 들어서자 빠르게 도는 컨베이어벨트 위로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은색 배터리 통이 줄지어 지나가면서 완성품인 배터리 셀로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달리듯 재빨리 이동하는 배터리 통들을 곳곳에 설치된 로봇팔이 잡았다 놨다 반복하는 사이 빈 배터리 통에는 양극·음극·분리막을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아놓은 배터리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이 가득 채워졌다.
이후 이온이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전해질이 통에 주입되고 뚜껑인 탑캡이 씌워져 용접되는 과정을 거치면 일반인의 눈에 익숙한 배터리 셀의 모습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1860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 상품 중 하나다.
전기차부터 소형 전동 공구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데, 테슬라 전기차에도 이 제품이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배터리는 크기가 작아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약 3천개가 묶음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2004년 준공돼 연간 18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보유한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1860 원통형 배터리 외에도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도 동시에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생산 시설이다.
특히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제품 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되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로 전략적 의미가 큰 곳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다른 배터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공급망의 거센 변화 속에서 유럽, 북미, 아시아 등지로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오창 공장의 전략적 위상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첨단 연구개발 능력이 결집된 최신 제품의 첫 양산이 시도되고, 이를 통해 축적된 경험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다른 배터리 생산 시설로 확장된다.
권영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올해 초 사내 메시지에서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글로벌 표준 공장으로서 첨단 생산 기술과 핵심 공정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는 마더 팩토리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급성장하는 세계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도 공격적 추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는 대규모 생산 설비 확장이 진행 중이다.
회사는 작년 '테슬라 배터리'로 불리는 원통형 배터리 신규 폼팩터(4680, 지름 46㎜, 높이 80㎜) 양산 설비 구축을 위해 5천800억원을 쓰기로 하는 등 총 7천300억원을 오창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됐다.
지난달에는 추가로 새 폼팩터인 '파우치 롱셀 배터리' 시범 생산 및 양산성 검증 관련 마더 라인 구축을 위해 '오창에너지플랜트2'(2공장)에 6천억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향후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인 4680 원통형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핵심 제품의 검증이 모두 오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업계는 고객사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해 새로운 제품을 양산 체계를 갖추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제외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사의 시장 점유율은 약 4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IRA 도입 이후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유럽 시장을 공략하면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방문해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산학협력을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마더 팩토리' 전략을 통해 글로벌 생산 확대 속에서도 최첨단 기술 유출을 억제하고 국내에 배터리 제조업 핵심 역량을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전 세계 생산 라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데이터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딥러닝 시스템인 팩토리 모니터링 컨트롤센터(FMCC)도 구축했다.
박진원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객의 요청으로 생산 시설을 글로벌, 다각화하지만 대한민국의 역할은 더 커진다"며 "오창 플랜트는 전 세계 양산 시설의 '마더 팩토리'로서 각 제품 시제품을 생산하고, 제품 양산 가능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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