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中, CPTPP 가입 위한 호주 공개지지 확보 실패"
"호주 통상장관 방중시 지지 끌어내려 했으나 무위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최근 호주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호주의 공개적 지지를 끌어내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방중한 돈 패럴 호주 통상장관으로부터 중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공개적 지지 발언을 확보하고자 했다.
호주 측 소식통은 중국이 파렐 장관의 방중 기간 호주가 중국의 CPTPP 가입은 지지하고 대만의 가입은 거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급적이면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해빙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패럴 장관의 중국 방문 기간 양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의 CPTPP 가입 문제가 핵심 의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국에 대한 중국의 무역 제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호주 정부가 공개적으로 중국의 가입을 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주는 중국의 CPTPP 가입을 반대하지 않지만 이는 중국이 CPTPP의 무역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패럴 장관은 지난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호주가 대만의 CPTPP 가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가 대만의 CPTPP 가입을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한 바 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유무역 지대다. 지난 3월 영국이 가입하면서 기존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함께 회원국은 12개로 늘었다.
CPTPP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파생물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환경, 노동 규제까지 아우른 다자협정 TPP를 구상했다.
그러나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TPP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일본은 미국이 빠진 TPP를 나머지 국가들과 함께 보완해 CPTPP를 발족했다.
중국은 TPP가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책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그 직후 대만도 가입 신청을 했다.
신규 회원국 가입에는 기존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힌리치재단 스티븐 올슨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에는 무거운 지정학적 부담이 실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CMP에 "기존 회원국들은 역내 중국의 경제적 중심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의 커지는 자기주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럴 장관은 중국에서 귀국한 후 지난 16일 호주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주산 면화와 구리를 다시 수입한다고 밝혔다. 또 양측이 호주산 보리와 와인을 둘러싼 분쟁 해결에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들은 중국이 자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금지를 포함해 호주의 투자 규정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기 때문에 호주산 와인의 수입 재개에는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무역과 유학생 교류 등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중국과 호주는 2020년 말 당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후 악화일로였다.
중국은 이후 비공식적으로 호주산 석탄, 소고기, 와인, 보리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집권한 앨버니지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으며,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앨버니지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화해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샤오첸 호주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18일 중국이 호주산 목재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CMP는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의 초청으로 오는 9∼10월께 방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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