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름기 말 대멸종 과정서 최상위 포식자 자리 꿰찬 검치 동물
남아프리카 카루분지서 이노스트란케비아 화석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페름기 말 대멸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빈자리를 채운 최초의 검치(saber-toothed) 동물인 '이노스트란케비아'(Inostrancevia) 화석이 남아프리카 카루(karoo) 분지에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원시 포유류인 '고르고놉시아'(gorgonopsia)에 속하는 이노스트란케비아는 러시아 일대에서만 발견돼 왔다.
남아프리카에서 이노스트란케비아 화석이 확인됐다는 것은 약 1만2천㎞를 이동했다는 것인데, 최대 100만년 가량 진행된 대멸종 과정에서 먼저 사라진 최상위 포식자의 틈새를 메우며 이런 긴 이동을 한 것으로 제시됐다.
23일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이 박물관 고생물학자 피아 비글리에티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카루 분지에서 10여년 전에 발굴된 두 종의 화석을 정밀 분석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년과 2011년에 발굴된 두개골과 늑골, 척추, 다리뼈 화석 등을 여러 해에 걸친 분석 끝에 이 화석이 북반구에서만 발굴된 최초의 검치 동물군에 속하는 이노스트란케비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노스트란케비아는 호랑이 크기로, 코끼리나 코뿔소와 비슷한 피부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노스트란케비아가 약 2억5천200만년 전 지금의 러시아에서 남아프리카까지 어떻게 이동하고,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처럼 멀리 이동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화석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지구는 '판게아'라는 하나의 초대륙으로 묶여 있었다.
연구팀은 "페름기 말 남아프리카의 대형 포식동물은 대멸종이 본격화하기 훨씬 전에 이미 모두 사라졌으며, 이런 공백을 짧지만 이노스트란케비아가 채웠다"고 밝혔다.
지구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페름기 말 대멸종은 대형 화산 폭발이 기후변화를 가져오면서 촉발돼 약 100만년 간 지속하며 육상 생물 10종 중 9종을 멸종시켰으며, 이후 공룡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논문 제1 저자인 노스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의 고생물학 연구 큐레이터 크리스티안 캠머러 박사는 "대멸종에 즈음해 200만년도 안 되는 시기에 이 지역의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는 동물 그룹이 네 차례나 바뀌었다"면서 "이는 페름기 말 대멸종이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최상위 포식자의 취약성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번식과 성장이 느리고 넓은 영역이 필요한 유럽의 늑대나 아시아 호랑이 등 최상위 포식 동물이 인간의 사냥이나 서식지 파괴로 높은 멸종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지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따라서 고대 최상위 포식 동물들이 대멸종 과정에서 가장 먼저 멸종하는 동물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현재 지구가 겪는 생태학적 재앙에 관해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글리에티 박사는 "페름기 말 대멸종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기후 위기와 멸종의 좋은 사례 중 하나"라면서 "유일한 차이는 우리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기위해 해야 할 일과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