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몸다는데 美 주저…F-16 우크라 지원 두고 옥신각신
美 전쟁자금 고갈 우려로 직접지원 꺼려…재수출승인 가능성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 F-16 지원의사…24~36대 요청중"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유럽과 미국이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서방에 다시 균열이 일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F-16은 수백마일 떨어진 표적을 탐지하는 레이더와 최신 미사일을 갖춘 미국산 전투기로, 미정부에서 기밀로 취급하는 시스템도 탑재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폴란드 등에서 구소련 시대 전투기를 지원받기는 했지만, 러시아 공습에 맞서려면 F-16 등 현대식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국제 연합을 구축해 F-16 조달을 지원하는 데 합의하는 등 유럽 다수 국가가 전투기 지원에 우호적이지만, 전투기 재수출을 쥐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전투기 직접 지원을 주저하는 이유로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F-16 지원 비용을 들였다. 가뜩이나 줄어든 전쟁자금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다만 미국이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 주력전차인 에이브럼스,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지원을 두고도 초기에는 부정적이었으나, 결국에는 무기를 지원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미국은 유럽군의 F-16 재수출을 승인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국제 연합' 발표 직후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부 장관과 통화해 우크라이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훅스트라 장관은 이날 "아직 해결책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그 다리를 넘어 대화할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에 따르면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4개국이 우크라이나에 F-16을 지원할 의사를 암암리에 내비쳤으며, 노르웨이 또한 퇴역시킨 F-16을 지원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벨기에에서 F-16 최소 125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24~36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설명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올여름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상대로 한 기초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 승인 없이는 F-16을 실제 조종하는 훈련은 하기 힘든 상황이다.
IISS 군사전문가 더글러스 배리는 F-16 전투기에 어떤 패키지가 탑재되느냐에 따라 러시아 진지를 타격하는 데 쓰일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배리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조종 훈련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미 의회 민주당·공화당 의원 14명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 전쟁을 적기에 효과적으로 끝내는 데 중요하다"며 지원 승인을 촉구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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