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연구소장 "한국 댓글 긁어가 학습했다고 유추 가능"
"세금으로 만든 우리 데이터, 해외 빅테크가 쓰고 자신들 기술은 공개 안할 수도"
과기정통부, 5천억 규모 AI 난제해결 사업 내달 예타 신청하기로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오늘 어떤 분이 마이크로소프트 빙챗을 쓴 대화를 공유했는데 '머리가 폼이냐'라는 말을 인공지능이 하더랍니다. 이런 표현이 일반 문서에 있었거나 의도적으로 학습됐을 리 없죠. 해외 빅테크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진 않지만, 국내 댓글을 긁어가 학습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인공지능·데이터 분과장을 맡고 있는 하정우 네이버 클로바 AI 랩 연구소장은 17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해외 빅테크가 국내 데이터를 무단 활용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소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무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연 AI 기술 전문가 간담회에서 "(기업 간) 호혜 평등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정부 세금으로 만든 데이터를 그냥 공개하면 해외 빅테크는 넙죽 가져다 쓰고 자신들 기술은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애플리케이션 마켓 생태계에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겪은 바 있는 기술 종속과 국내 이용자가 생산한 데이터의 국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 소장은 "더 무서운 부분은 미국이 최근 클라우드 법을 통과시키며 미국 안보를 위해서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도 우리는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구글의 AI 챗봇 바드 공개와 관련해 "한국어를 영어 다음 언어로 목표로 해서 선언한 부분은 우리(네이버)가 조금 고민되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AI 기술 분야 투자와 관련해 세제 혜택 또는 개발한 AI의 공공 부문 적용을 전제로 한 민관 공동 투자를 정부에 요청했다.
김단호 과기정통부 인터넷진흥과장은 "현재까지 개발된 AI 기술을 토대로 향후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약 5천억원 규모의 난제 해결형 사업을 기획 중"이라며 다음 달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 계류 중인 인공지능법과 관련해 이진형 KT[030200] AI 사업본부 라지 AI 태스크포스 담당은 "초기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 경쟁이 활발한 시점에 규제 성격의 법제화가 이루어질 경우 글로벌 빅테크보다 국내 기업에 적용돼 경쟁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시훈 LG AI 연구원 AI 플래닝 팀장도 "AI 윤리 문제에 대한 원칙은 기업의 경쟁력과도 깊이 닿아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도 이미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민간에서의 자율 규제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재식 카이스트 AI 대학원 성남연구센터장은 "현재 AI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정작 학생 정원은 부족한 상황" 이라며 "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연구소를 설립해 세계 각국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사례를 참고해 인재 유치를 위한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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