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당시 CEO "전례 없는 뱅크런…어떤 은행도 생존 못 해"
의회 출석 전 진술서 공개…정부 지출·연준 금리 결정 탓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난 3월 파산하며 미국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노출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전례 없이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은행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6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인 그레그 베커 전 SVB 회장 겸 CEO는 위원회에 미리 보낸 진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커 CEO는 진술서에서 "은행 지도부와 나는 당시 이용할 수 있는 사실들과 예측, 외부 전문가 조언을 갖고 최선의 결정을 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베커 진술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확산한 SVB의 건전성에 대한 "소문과 오해로" 지난 3월 초 단 하루 만에 예금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고객들은 그다음 날에도 추가로 1천억 달러 인출을 요청했으며, 은행은 그날 결국 파산했다.
당시 이틀 만에 1천420억 달러의 인출이나 인출 요청이 있었던 일은 미국 역사상 최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라는 게 베커의 주장이다.
이전 최대인 2008년 워싱턴 뮤추얼 사태 때 16일간 190억 달러보다 훨씬 큰 규모라는 것이다.
WP는 베커가 "그처럼 빠른 속도와 규모의 뱅크런에 생존할 수 있는 은행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의회에서 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은행 파산을 정부 지출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결정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은행들에 거의 5조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지만, 연준의 제로 금리로 인해 SVB로서는 저금리의 국채 말고는 다른 투자 대안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SVB는 2021년 말 자산을 2천120억 달러로 키웠으며, 이는 앞서 2년 전의 거의 3배 규모다.
그는 자산이 1천억 달러를 넘었을 때 관련 규정들을 세밀히 들여다봤으며, 리스크 평가팀 강화를 위해 시티그룹 같은 대형 은행들로부터 경험 많은 경영진 수명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고리스크책임자(CRO)도 물색하면서 지난해 12월 그 자리를 채웠고, 일종의 위기관리에 관여한 사람만도 약 1천명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그는 거의 1천만 달러(134억원)에 이르는 자신에 대한 연간 보수 보상안을 옹호했으며, 파산 약 2주 전 200만 달러(27억원) 상당의 SVB 주식 매각에 대해서도 이미 예정됐던 것으로 은행 법무팀의 승인을 받은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베커 CEO는 은행 파산 이틀 후 퇴출당했다.
그의 의회 출석은 SVB 파산과 관련해 연준이 이사회와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실패"로 규정한 지 채 3주가 안 돼 이뤄지게 된다고 WP는 전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