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자포리자 전황 격화 속 원전 운영인력 부족…안전 우려"
인근 댐 붕괴 우려에는 "원전 안전에 악영향 없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전황이 격화하고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지면서 이 지역에 있는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운영 인력 부족 탓에 안전 관리가 불안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은 주변 지역에서 교전이 끊이지 않는 상황 때문에 운영 인력이 최근 들어 부쩍 줄었다.
이 일대를 점령 중인 러시아는 주민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원전에 상주 중인 IAEA 전문가들은 "포격과 총성을 끊임없이 듣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에네르호다르시(市) 역시 주민들이 전란을 피해 집을 떠나는 경우가 속출했다. 원전으로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겨우 필수 인력만 유지하고 있다는 게 IAEA 측 설명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최근 원전 직원이 더 적어졌고 직원 배치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면서 "주 통제실에 근무하는 필수인력은 각 교대 근무 시간에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로시 총장은 "필수 인력만으로 이 원전을 유지한다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적절한 수준의 유지·보수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수개월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단일 원전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작년 3월부터 러시아가 부지를 점령 중이지만 운영은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맡고 있다.
작년 7∼8월 이후 일부 시설과 주변 지역에 대한 포격 피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형 원전 사고를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된 곳이다.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고조되자 원자로 6기의 가동을 모두 멈췄지만, 포격으로 인해 외부 전력망이 끊기는 일은 빈발했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안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시설 관리를 해 줘야 한다.
전력 공급이 끊겨 수시로 비상발전기를 끊임없이 돌려야 했던 이 원전에서 운영 인력마저 줄면서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IAEA의 지적이다.
다만 IAEA는 일각에서 자포리자 원전과 가까운 댐이 교전 중에 붕괴할 경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를 낳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데 대해서는 "분석 결과 원전 안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IAEA는 "(붕괴 우려가 있는) 카호우카 댐의 저수시설 수위가 현재 17.07m이며 모든 상류 댐이 무너지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수위는 19.6m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원전 부지 높이가 22m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수시설 수위가 17.7m 이상으로 올라가면 댐의 물은 원전의 냉각 저수지로 직접 흐르고 이에 따라 냉각수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원전 자체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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