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문건 가져갔다" 시인한 트럼프…특검 수사 속도낼까
CNN 인터뷰서 대통령기록물법 근거로 제시…법조계 "잘못된 해석"
특검팀, 대배심 증언 다수 확보…기밀 공개 범위 등에 수사력 집중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미국 대선에 재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송 출연 중 백악관 기밀 문건을 고의로 반출했음을 시인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 의혹에 관한 진행자의 질문에 "내가 그 문건들을 가지고 갔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답했다.
1978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법(Presidential Records Act)상 대통령 기록물은 퇴임시 국가기록원에 자동 귀속되지만 '개인기록물'은 이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지고 나간 모든 문건이 '자동적으로' 기밀 해제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면서도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말 한마디에도 엄격한 검증이 뒤따르는 법정이 아니라 텔레비전 생방송 인터뷰였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법률상 대통령기록물을 통제할 권리를 부여한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정부'인 만큼 대통령이 아무 자료나 '개인기록물'로 지정해 가져갈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반출한 대량의 백악관 문건 중에는 1급 비밀(Top Secret)과 2급 비밀(Secret), 3급 비밀(Confidential) 등으로 표기된 문서가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유출된 기밀문건을 개인기록물이라고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미 연방수사국(FBI)이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 할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유사한 논리를 내세웠으나, 미 법무부는 대통령의 개인기록물 범위를 이처럼 넓게 볼 경우 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같은 주장을 고수하는 데는 보수 성향 비영리 사법 감시단체 '주디셜 워치'의 톰 피튼 등 외부 지지자들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NYT는 짚었다.
일부 측근과 변호사들은 백악관 문건 반출이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충언'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언급들은 그의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맡은 잭 스미스 특검팀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최근 수개월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문건을 다른 이에게 보여준 일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정보가 담긴 지도를 측근이나 방문객 등에게 보여줬다는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특검팀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문건들이 보관된 형태와 여기에 접근 가능한 사람, 보안 카메라 시스템 작동 방식,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문건의 소재 등에 관해 보좌진과 변호인들에게 한 말의 내용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NYT는 특검팀이 다수의 증인으로부터 대배심 증언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좌진이 기밀 문건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관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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