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데이트' 시한폭탄 째깍째깍…美부채한도 협상 극적 타결될까
"2차 회동 다음 주로 연기된 건 긍정적 신호"
"연방정부 디폴트시 GDP 4% 감소·700만명 실직"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12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간 연방정부 부채 한도 조정을 위한 2차 회동이 연기돼 다음 주 초 열린다.
재닛 옐런 장관이 연방정부의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날짜로 특정한 'X-데이트(date)'인 다음 달 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회담 연기로 실무진 만날 시간 벌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와 1시간가량 회동하고 부채 한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을 조건으로 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 증액에 조건을 달 수 없다고 맞선 것이다.
매카시 의장이 회담이 끝난 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입장만 반복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2차 회동은 1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돌연 다음 주 초로 연기됐다.
표면상으로는 협상에 악재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실무협의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면서 본협상에서 한층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관료들과 매카시 의장 등 참모가 모두 연기 결정을 좋은 아이디어로 여겼다고 미국 CNN방송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은 "백악관이 회동을 취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도부는 다시 모이기 전에 실무진을 다시 만나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관료들도 타결을 위해선 일부 지출을 줄이거나 엄격한 상한선을 씌워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한걸음 물러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31조4천억 달러(약 4경1천800조 원)인 한도를 얼마만큼 늘리느냐도 쟁점이다.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전까지는 비슷한 대치 국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세계 증시 폭락' 2011년 악몽 재현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옐런 장관이 합의 불발 시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날짜로 꼽은 다음 달 1일은 다가오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원론적으로 이보다 빠른 다음 주 내로 의회가 합의해야 잠재적 디폴트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가가 다른 악재들은 살펴보지도 못할 정도로 디폴트 가능성을 극도로 주시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디스는 디폴트에 빠지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4% 감소하고 700만 명 이상이 실직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CNN방송은 부동산 정보 회사 질로우의 분석을 바탕으로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상승으로 주택 구입 비용이 22%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밖 다른 국가 투자자들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채무불이행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고객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전시 상황실'(war room)을 가동했다.
실제로 미국 부채 한도 문제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가 2011년 8월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와 하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막판까지 치킨게임을 벌이다 시한 이틀 전 합의점을 찾았는데, 당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가 70년 만에 처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자 미국은 물론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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