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마트폰업체 오포, 반도체설계 돌연 접어…"美제재 여파"
폐업 발표 몇시간 전 직원들에 알려…"中팹리스 어려움 처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가 12일 갑자기 반도체 설계 자회사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오포는 이날 짧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경제와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설계 자회사 쩌쿠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쩌쿠의 직원들은 폐업 발표 불과 10여시간 전에 이를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한 직원은 SCMP에 "전날 회사가 직원들에게 내일은 사무실에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며 노트북을 가지러 사무실에 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쩌쿠는 베이징, 상하이, 청두, 시안에서 반도체 엔지니어 등 신규 직원 수십명을 뽑는다는 광고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내고 있었다.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4위를 차지한 오포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중 하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하면서 지난해 오포의 출하량은 전년보다 22% 줄어든 1억300만개였다.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세웠듯, 오포도 자사 기기에 사용할 반도체를 설계하고자 2019년 쩌쿠를 설립했다.
쩌쿠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샌디에이고, 팔로알토와 일본 요코하마에 사무실이 있는 최첨단 반도체 시스템 공급업자로 자사를 소개했다.
직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약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쩌쿠의 폐업 소식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로 중국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나왔다"며 "쩌쿠의 폐업은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매진하는 와중에 발생한 또 하나의 사상자"라고 짚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팹리스 3천243곳 중 566곳만이 1억위안(약 19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 팹리스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반도체의 제조사를 찾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인 대만 TSMC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자 하이실리콘의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오포는 2021년 12월 자체 첫 이미지 프로세서 마리실리콘X를 공개했다. TSMC가 6나노 공정으로 이를 제조했으나 현재는 미국의 제재가 가로막혔다.
오포는 2022년 말 블루투스 오디오 기능을 향상하는 두번째 자체 반도체를 공개했다.
오포는 지금까지 쩌쿠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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