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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코웃음…자동차·전자제품·명품, '길목' 두바이 거쳐 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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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코웃음…자동차·전자제품·명품, '길목' 두바이 거쳐 러로
러시아 병행수입 성행…매장은 러시아어 가능자 채용 경쟁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러시아 부자들이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했고, 러시아에 대한 정식 수출도 중단했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 무역 망은 이런 제재 환경에 적응해 '진화'했다.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위해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는 러시아 부자들의 수요에 맞춰 중동이나 구소련 국가의 '중개상'들이 서방의 자동차, 전자제품, 사치품 등을 공급해주고 있는 것이다.
NYT가 두바이에서 만난 자동차 액세서리 상점 주인 소흐랍 파니는 요즘 러시아에 재수출할 자동차의 좌석에 온열 장치를 설치하느라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따뜻한 기후에 맞춰 제작된 중동 수출용 차를 러시아의 추운 겨울 날씨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파니가 요즘 새로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오면 다 팔린다"며 수 천개의 좌석 온열 장치를 더 주문했다고 밝혔다.
두바이의 고급 차 전시관의 홍보담당자 에카테리나 콘드라티우크는 최근 러시아 대리점에 30만달러(약 4억원)짜리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차량을 보냈다면서 "전쟁은 러시아 부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지난해 5월 "럭셔리 제품을 들여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지난해 외국 제품을 독점 수입권자가 아닌 제3자가 상표권자 허락 없이 수입하는 병행수입을 허용했다.
서양 업체의 자동차를 공식 판매했던 러시아의 자동차 대리점들은 제휴 관계를 잃은 지금은 병행수입으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 분석업체 오토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새 승용차의 12%는 이러한 간접 수입을 통했다.
러시아의 자동차 판매 웹사이트들은 랜드로버, 아우디, BMW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차 목록을 늘어놓고 있다.


자동차뿐이 아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상점에서는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명품을 구할 수 있고, 최신 아이폰을 주문하면 당일 배달로 받아볼 수 있다. 심지어 가격도 유럽의 소비자 가격보다 싸다.
러시아의 자동차 기자 표트르 바카노프는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올 수 있다"며 자신도 텔레그램을 통해 자동차 병행수입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전 공식 딜러가 높은 프리미엄을 매겨 판매할 때보다 싼 가격에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도 우회 시장을 통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두바이의 전자제품 도매상들은 최근 러시아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구소련 국가인 타지키스탄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친구와 함께 휴대전화·노트북·드론 등을 파는 매장에 취직했다면서 "여기의 모든 가게가 러시아어 가능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UAE 외에도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 국가를 비롯해 터키, 중국 등 친(親) 러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에 서방 제품을 공급해주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대(對) 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2021년 50억유로에서 2022년 10억달러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EU 자동차의 카자흐스탄 수출은 4배, 아르메니아 수출은 5배가량 증가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서방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개상을 통해 러시아에 판매되는 자동차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러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은 러시아에 유입되는 전자제품 속 칩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원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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