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급습 컨설팅회사 캡비전 "책임 준수…준법위원회 설치"
중국, 유일하게 조사 사실 알려…"CICC 등 캡비전과 거래 중단"
"국가안보 위협 위험에 대한 경고 신호"…"외국인 투자 위축될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조사 사실을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알린 컨설팅회사 캡비전이 준법감시 위원회를 설치했다며 국가 안보 책임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캡비전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이 요구한 시정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자 준법감시 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캡비전은 "우리는 과거 경영 활동에서 국가 안보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실패했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한 주요 숨은 위험과 구멍이 있음을 깊이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법감시 위원회는 쉬루자 최고경영자(CEO)가 이끌 것이라고 알렸다.
또한 "경영 컨설팅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서 우리 회사는 국가 안보 당국으로부터 처벌받았고 시정을 요구받았다"며 "이는 아픈 교훈일 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팅 산업의 표준화된 발전을 위해 경종을 울리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들은 중국 국가 안보 당국이 캡비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안보 관리들이 캡비전의 사무실을 급습해 직원들을 조사하고 20여대의 컴퓨터를 압수하는 모습을 담은 15분 분량의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외국 기관들이 중국의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 정보를 훔치기 위해 국내 컨설팅 회사들을 이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CCTV는 캡비전이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겨지는 산업과 관련해 외국 정부와 군, 정보기관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외국 회사들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캡비전이 국가 기밀을 누설했으며, 이 회사의 전문가 한명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와 관련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중국 경찰이 3월에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4월에는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한 사실이 외신 보도로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거나 말을 아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캡비전에 대한 조사만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알린 배경은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반(反)간첩 캠페인을 펼치는 가운데 이처럼 외국 회사에 대한 조사가 관영 매체에서 일제히 조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캡비전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2명 등이 설립한 이 회사는 중국 최대 전문가 네트워크 그룹(약 40만명)을 운영하고 있고 상하이와 뉴욕 등 8개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상하이 638명, 뉴욕 39명 등 대부분의 직원은 중국에 있다.
로이터는 조사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산하 CICC 캐피털이 캡비전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은 홍콩의 '아시아 펀드'와 다른 헤지펀드도 직원들에게 캡비전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컨설팅 회사에 소속된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명백하게 이는 당국의 단속이 컨설팅 업계를 광범위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정부의 최근 메시지에 우리가 부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의 조사는 컨설팅 업계를 냉각시켰고 일부는 레드 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컨설팅과 기업 실사 업체는 오랜 기간 중국 투자를 고려하는 고객들의 눈과 귀 역할을 해왔다"며 "이들 기업이 서비스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지식과 견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컨설팅 업계 단속은 외국 투자자들을 겁먹게 한다"며 "미중 긴장 고조 속 이러한 컨설팅 서비스가 사라지면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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