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A "준비 없이 맞은 인터넷 시대, AI 시대에서는 반복 말아야"
지능정보사회진흥원 "우리나라 AI 법안 유럽과 미·일 규제 중간"
"추진 체계 우선 확립 뒤 AI 촉발 문제 풀어가려는 접근"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준비 없이 맞았던 인터넷 시대와 달리 인공지능 시대는 체계적인 법 제도를 마련해 부작용이나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계류 중인 가칭 '인공지능기본법안' 논의와 관련해 "AI 시대에서는 인터넷 시대에서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시대가 준비된 질서 없이 시작되면서 아직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상황인 점을 상기해 빠르게 전개 중인 AI 시대에 걸맞은 법제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 "AI 발전 초기, 규제 골격 세운 뒤 세부 대응"
NIA가 국회 계류 중인 인공지능기본법안 주요 내용을 정리한 데 따르면 국민 생명·신체, 기본권 보호를 위협할 수 있는 부분은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해 규제하는 방안이 담겼다.
고위험 영역에는 전기·가스 등 인프라, 의료·교통 등 안전, 원전 등 위험시설, 면접·대출·인적 평가 등 기본권과 관련한 부분이 포함됐다. 이들 영역에서 사용되는 AI 기술에는 고지와 신뢰성 확보 조치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AI 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이 자율적으로 신뢰성을 검·인증할 수 있도록 규제 당국이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황 원장은 인공지능기본법안에 대해 "한창 발전을 거듭 중인 AI와 관련한 규제를 한꺼번에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추진 체계, 기본 골격을 우선 정한 뒤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면 여러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기본법안에 왜 처벌 규정이 들어가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강력한 AI 규제를 추진하는 EU 등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AI 발전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발견되는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자는 것이 산업계 이야기"라고 전했다.
김형준 NIA 지능화법제도센터장은 "AI 규제가 가장 급진적이라는 유럽연합(EU)에서 정한 고위험 영역보다 우리가 정한 고위험 영역이 작지만은 않다"라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고위험으로 분류하지 않는 자율주행 등 교통 관련 AI 사용 영역도 국민 피해가 클 수 있어 고위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강력 규제 EU와 유연한 대응 강조 미·일…"우리는 중간 단계"
인공지능과 관련한 해외 주요국의 제도화 동향을 NIA가 정리한 것을 보면, 챗GPT로 AI 열풍을 촉발한 미국은 국민과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규제 수준을 도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픈AI 등 AI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미국 내에서 추진 중이지만, 과한 규제라는 논란이 지속되는 탓에 AI 책임성과 관련한 여론 수렴 절차가 공개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반면, EU는 사회에 위험을 끼칠 가능성을 토대로 AI를 분류하고 강력한 AI 규제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EU 의회 등이 금지 또는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한 AI 사용 분야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정 의견도 지속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주요 7개국(G7) 디지털·기술 장관 회의 선언에서 회원국은 AI에 대한 적절한 규칙 수립과 함께 개발 장려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규제를 원하는 EU와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 등은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김형준 지능화법제도센터장은 "우리나라의 AI 법안은 EU와 미·일 규제의 중간 정도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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