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오염수 시찰 동상이몽…"안전성 평가" vs "방류 안전 설명"
日 "한국시찰단, 안전성 평가는 안해…이해 깊어지길"
(도쿄·서울=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정아란 김효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지만, 시찰단의 역할에 대해 한·일이 다른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시찰단이 현장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해 독자적으로 안전성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시찰단의 역할이 오염수의 안전성 평가는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 한국 "IAEA 더해 독자적으로 안전성 검토·평가"
9일 한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전문가 시찰단을 오는 23∼24일 파견하기로 하고 이번 주 후반 열릴 양국 국장급 협의에서 시찰단 파견과 관련한 구체 내용을 협의한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보고 자료에서 시찰단 파견과 관련해 "정부는 기존에 참여해왔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에 더해, 독자적으로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을 중층적으로 검토·평가할 기회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YTN 뉴스에 출연해 "과학적, 객관적 기준에 의한 안전성·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본에 정보들을 많이 요구했었다"며 "현장에 시찰단이 직접 가면 거기서 여러 가지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틀밖에 안 되는 단기간 시찰단 파견만으로는 실효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워서 자칫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명분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오염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고 국민 건강,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며 "현장에 갔을 때 확인하고 싶은 모든 정보를 확인하는 중요 계기로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 시찰단, 일본 데이터 신뢰성·오염수 처리 역량 확인에 초점
한국 정부는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전체 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펴보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과의 국장급 협의에 앞서 시찰 예상 범위·대상도 상당 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찰단은 IAEA에서 진행해온 '팩트파인딩 미션'(실태조사 임무)의 근거가 된 일본 측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오염수 정화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시스템 가동 상황을 비롯한 오염수 처리 역량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찰 범위에 대해 "일본과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방류와 관련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학적·객관적 시찰을 통해 일본이 그러한 (처리) 역량을 갖췄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시찰이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자칫 일본에 오염수 방류 명분만 줄 수 있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최대한 충실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전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우리가 현상을 놓고 볼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과학적 측면이다. 정서적 측면도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이라며 "시찰단이 가서도 그런 점을 고려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일본 정부 "한국 시찰단, 오염수 안전성 평가는 안해"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 오염수 해양 방류 시작을 앞두고 한국 시찰단에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한국 측에 설명하겠다면서도 한국 시찰단의 역할이 오염수의 안전성 평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문가 시찰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내 이해가 깊어질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 11개국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IAEA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와 별개로 검증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한국 시찰단에 오염수 저장 상황과 방류 설비 공사 현황을 설명하고, 오염수의 방사성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한다는 점을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 나올 IAEA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매우 투명하게 정보를 발신하고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 국장급 협의 등의 기회를 통해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할 계획이다.
IAEA는 오염수 방류에 앞서 이르면 다음 달 오염수 방류계획 평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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