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됐던 '시리아 학살자' 아사드, 국제 외교무대로 돌아온다
"'아랍의 봄' 학살 이어 반군에 화학무기 쓴 전범"…서방 제재 받아
튀르키예 강진이 계기…사우디·이란 화해 후 아랍연맹 복귀 급물살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최악의 전쟁 범죄자로 국제사회 비판을 받아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국제 외교무대 복귀가 공식화됐다.
아랍연맹(AL)은 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했다.
이로써 알아사드 대통령은 오는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릴 예정인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알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내전이 발발하자 반정부 시위대를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알아사드 정권은 야권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별도 수용 시설을 운영했고, 이곳에서는 고문 등 잔혹 행위가 자행됐다.
수감자 상당수는 고문받다 사망했고, 정신을 잃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유엔 보고서에는 어린이들이 반군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손발톱이 뽑히며 성폭행당한 정황도 담겼다.
아랍 국가들은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과 잔혹 행위를 이유로 들어 시리아와의 관계를 끊었다. 결국 시리아는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내전이 격화하자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 제거를 위해 민간인이 사는 지역에 화학무기를 살포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반군 지역에 2014년 살포된 독가스 때문에 1천400여명이 죽었다는 정황도 있다.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화학무기 공격의 일부를 알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인정하고 있다.
아랍권과 서방 국가들은 알아사드를 비판하면서 내전 초기에는 반군을 지지했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란 같은 우방국의 군사 지원으로 국토 대부분을 다시 장악하자 최근 수년간 아랍 국가들은 그와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국제적으로 고립됐던 시리아와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튀르키예(터키) 강진이었다.
제재로 인해 구호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았던 시리아에 이웃 아랍국가들이 손을 내밀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주도하에 아랍 국가들이 원조에 동참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 후 아랍국가와 시리아 간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와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역내 불안정을 해소하고, 마약·난민·테러 등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한 아랍연맹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을 예고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7일 "시리아는 정회원국이 됐고, 연맹의 어떤 회의나 행사에 참석할 권리가 있다"며 "개최국 사우디의 초청이 있고 알아사드 대통령이 원한다면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랍연맹 복귀는 정권의 고립이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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