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이끈 기시다, 12년 만의 한일 '셔틀외교' 복원까지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021년 10월 취임 후 7일 처음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정치인이다.
외무상 재임 시절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으며, 총리가 된 이후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시켰다.
1957년 도쿄에서 태어난 기시다 총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중의원을 지낸 3대 세습 정치인이다.
1993년 히로시마에서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1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07년 내각부특명대신(오키나와·북방·국민생활·과학기술·규제개혁 담당상)으로 임명돼 처음 입각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과 함께 외무상에 발탁돼 약 4년 8개월 재임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외무상 연속 재임 일수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기시다 총리의 외무상 재임 중 가장 큰 일 가운데 하나로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거론된다.
기시다 당시 외무상은 2015년 12월 28일 서울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재단에 일본 측에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아베 당시 총리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위안부 합의에 신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가 아베를 설득해가면서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는 2차 아베 정권 때 외무상을 비롯해 방위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2020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 이어 2위에 머물러 고배를 마셨다.
2021년 9월 재도전해 자민당 총재에 당선됐고, 이어 10월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총리의 꿈을 이뤘다.
기시다는 총리직에 오른 뒤 자신이 주도한 위안부 합의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파기된 데 대해 불만을 보였으며, 작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말하며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국 측이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는 한국 측과 타협했다가 위안부 합의에 이어 강제징용도 어그러지면 정권에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일 정부 간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과정에서도 한국 측이 새로운 사죄를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데는 기시다 총리의 강한 지시가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3월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같은 달 16∼17일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 관계 개선 움직임은 급물살을 탔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호응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다.
한국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달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 복원한 뒤 일본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는 등 각 분야에서 관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애초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올해 여름께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다.
방한 일정이 예상보다 이른 이달 7∼8일로 앞당겨진 배경에는 기시다 총리 본인의 의지가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여론과 야당의 반발에도 한일관계 복원에 나선 윤 대통령의 결단에 호응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가 조기 방한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때 합의했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는 12년 만에 복원됐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2011년 10월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지 약 12년 만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 정상 회담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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